
지난 6일 대구시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현장에서 헬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 정궁호씨(74)가 숨졌다. 추락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는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노후 헬기조차 구하기 힘든상태입니다."
대구 동구지역 산불 초기대응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 전체 산림 면적의 20%가 넘는 동구를 커버하던 산불 진화 헬기(동구청 임차 헬기)가 최근 소실되며, 자칫 '진화작업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동구청을 제외하고 지역 내 운용 중인 헬기들이 투입돼 산불 진화에 우선적으로 나서겠지만, 산불진화 '골든타임' 확보에 핵심 기능을 할 헬기 수급은 시급한 상황이다.
10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가용가능한 산불 진화용 헬기는 총 5대다. 소방본부 헬기 2대와 수성구·달성군·군위군이 임차한 헬기 3대 등이다. 최근 동구청이 임차한 헬기가 추락하면서 가용헬기는 6대에서 5대로 줄어든 것.
문제는 동구다. 동구는 1만1천여ha규모의 산림을 갖고 있다. 대구 전체 산림 면적의 23%다. 동구는 전체 면적의 63%가 산림지다. 지역 명산 '팔공산'도 끼고 있다.
동구는 자체적으로 임차 헬기를 운영해왔다.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다른 기관 협조 없이도 즉각적 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오후 3시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동구청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지금은 동구 산림을 지킬 산불 진화 헬기가 없는 상태다.
동구청은 “당장은 헬기가 없어서 산불이 나도 초동 진화가 어렵다"며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하게 헬기를 띄워 실제 불이 났는지 상황 파악부터 한다. 산불을 확인해야 곧바로 다음 대응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차량으로 이동해 확인하면 늦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동구가 올해까진 헬기 없이 화재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통상 임차 헬기는 1년 단위로 계약한다. 공급 가능한 헬기는 이미 타 지자체와 계약을 마쳤다. 내년에도 타 지자체와의 헬기수급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한 민간 헬기사용사업체측은 “국내에선 살 수 있는 헬기가 없어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신규 발주는 몇 년 걸린다. 중고 헬기는 구입하고 검사 통과하는데 최소 6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동구의 경우) 아마 올해 계약은 이대로 끝나고, 헬기가 없는 채로 올 한 해를 버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산불이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인력보단 헬기 수급이 중요해졌다"며 “민간 업체가 1대당 200억원을 호가하는 헬기를 무작정 살 순 없다. 정부가 먼저 나서 산림청, 소방 등에 충분히 공급이 이뤄지고 부족한 부분을 민간이 보조하는 구조가 돼야한다.하지만 지금은 기관 소속 헬기조차 부족하다"고 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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