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역전 묘수 찾기 고심
反이재명 전략으로는 한계
전략적 집단지성 발휘하면
중도공략 적합한 후보선출
보수 활로 뚫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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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
국힘이 계엄 사태 이후 보여 준 전략은 너무 안이했다. 강경 보수지지층 결집에 너무 경도된 탓에, 이런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지층을 바탕으로 보수 성향 표심을 최대한 끌어모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여기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생존 맷집을 간과했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국힘을 자신의 생존 도구로 활용한 사실이 보수진영엔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한다. 계엄 사태의 해법은 이를 초래한 '극단적 대립 정치의 청산'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국힘은 윤 전 대통령을 의식해 그 해법을 '탄핵 반대'로 돌렸고, 우경화 영역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그동안 금기시했던 '광장의 세력'과 연대도 강행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광훈 세력의 집회에서 문제 발언을 한 최고위원을 징계했던 그 당이었다. 이 탓에 유연하고 전략적인 정치 풍토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반(反)이재명'이라는 단편적 전략만 존재했을 뿐이다. 이런 국힘이 초단기 대선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차피 국힘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탄핵 찬성파와 그렇지 않은 후보들 사이에 접전이 펼쳐질 것이다. 현행 방식대로라면 강경 지지층의 뭉치표에 대선 후보가 좌우될 공산이 크다. 지도부는 해볼 만하다고 한다. 십수명의 후보군이 펼치는 경선에서의 컨벤션 효과에다 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높은 비호감도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그렇다 해도 '계엄과 탄핵'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의 표심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국힘이라는 대형선박의 항로를 짧은 기간에 중원행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해법이 없지는 않다. 전략적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작동한다면 보수의 미래도 열릴 수 있지 않겠나. 2021년 6월11일 국힘 1차 전당대회. 당시 30대 무관의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파격적이었다. 보수진영에 길이 남을 역사였다. 당시 보수는 '대선 승리'라는 절박함 때문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이게 20대 대선의 승부수였다. 보수진영의 전략적 집단지성이 작용한 셈이다. 국힘이 4년 전의 그 절박함을 간직하고 있다면, 떠나간 산토끼를 능숙하게 공략하는 인물을 선택할 것이다. 그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 화합이라는 시대 소명에 걸맞은 실사구시형 국가 비전을 제시한다면 보수의 활로가 뚫리지 않겠나. 다수의 생각이 찾는 해답의 힘, 전략적 집단지성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초래한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에 나서는 듯한 행보는 우려를 낳는다. 그가 자신의 존재감을 찾겠다는 의도로 계속 메시지를 던진다면 중도 확장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안타깝게도 국힘이 계엄 사태 이후 강경파의 득세로 그와 절연할 기회를 놓친 것 또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계륵이 독으로 바뀐 셈이다.
국힘의 대선 후보 경선은 보수진영의 조타수를 뽑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여기에 6·3 대선 결과가, 펼쳐질 보수의 앞날이 걸려있다. 그렇다고 국힘이 보수의 궤멸을 결코 방기(放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염치이자 도리다.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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