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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핵직구] 반기문과 한덕수

2025-04-16
[돌직구 핵직구] 반기문과 한덕수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인물이다.

반 전 총장과 한 대행은 같은 시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각료로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진보적 이념에 경도된 사람은 전혀 아니다. 둘 다 친미(親美)주의자라는 평까지 받는다. 특히 한 대행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FTA를 관철시킨 바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두 사람은 보수·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출세해 온 '처세의 달인'들이다. 반 전 총장은 전두환 정권에서 국무총리와 안기부장을 지낸 노신영씨가 롤모델이다. YS의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의전수석과 외교안보수석을 맡았고, DJ 정부 때 외교부 차관을 거쳐 참여정부 때 장관에 오른다. 반 전 총장의 별명은 '기름장어'였다. 미꾸라지처럼 늘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빠져나가는 그를 두고 출입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한 대행은 YS 정부시절 차관을 거쳐 DJ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등 요직을 섭렵했다. 여기엔 호남 출신이란 배경도 작용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에 오른 뒤 정권이 보수정부로 바뀐 이명박 정부 때 초대 주미대사에 발탁돼 정관계를 놀라게 했다. 박근혜정부 때도 민간의 최고 직위 중 하나인 무역협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때 다시 초대 국무총리직에 오른다. 거대 야당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통합형 인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스타일이나 성격은 반 전 총장처럼 매끄럽다는 평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와 종종 강성 발언을 터뜨려 그를 아는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경력상 가장 큰 오점은 바로 2017년 대선 출마와 돌연 사퇴일 것이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보수정치 세력들은 퇴임하는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냈고, 반 총장도 UN 본부 기자회견에서 "…내 한몸 불 살라서…"라며 사실상 수락의사를 밝힌다. 이어 2017년 1월12일 요란한 귀국 행사를 가진 그는 1월25일 공식 대권도전 선언을 했다. 그는 그러나 며칠 뒤인 2월1일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 정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불출마선언의 배경으로는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와 정치자금 문제가 꼽힌다. 그의 경력에 입김이 강한 부인의 정치 반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한 대행도 8년 전 반 전 총장처럼 대선 출마의 유혹에 빠진 듯하다. 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기획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 한 대행을 부추기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 대행도 14일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만 말할 뿐 대선 참여에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그의 대선출마는 홍준표 후보의 지적처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통령 대행이 선택할 행동은 아니다. 실패한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를 오래 지낸 데다 계엄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대선에서도 불리할 것이다. 한동훈 후보는 당 일각에서 한 대행 출마설을 제기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기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반기문, 황교안, 윤석열 등 외부 인사에 기웃거려온 것은 보수정당의 고질병이다. 평생을 양지만 걸어온 사람들이 험난한 정치판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 한 대행도 반 전 총장처럼 현명한 부인의 조언을 경청하기 바란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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