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는 자해극
미국 성장률 급락·실업 증가
스무트-홀리법의 망령 소환
곤마 李 살려준 비상계엄
판세 오독과 무모함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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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논설위원 |
# 트럼프의 자해극='자유무역의 종언' '롤러코스터 증시' 'T(Trump Tariff)의 공포'. 다 관세왕 트럼프에서 비롯된 상황이나 조어다. 트럼프는 지난 2일 57개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해방의 날"로 규정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이틀간 9천600조원을 토해냈다. 미 국채가격이 급락하고, 경기 선행 척도 구리 값과 유가도 폭락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다. 중국엔 145%의 비현실적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변덕쟁이 트럼프의 광대극에 세계 금융시장이 급등락하며 다시 요동쳤다.
'트럼프 관세'는 필시 국제분업의 효용성을 저해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을 파괴할 것이다. 1929년 시작된 경제 대공황을 심연의 나락으로 몰고 갔던 스무트-홀리법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경제 하방을 예고하고 언론은 트럼프를 조롱했다. JP모건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마이너스 0.3%로 하향조정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에서만 200만명의 실업자가 추가 발생하고, 가구당 5천달러 이상의 실질소득이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해극"이라 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의 믿음을 잃었다.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억만장자 빌 애크먼마저 "상호관세는 '경제적 핵전쟁'"이라고 비난했다.
# 윤석열의 자충수=황당무계한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버'도 트럼프 못잖다. 비상계엄의 최대 수혜자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다. 윤 전 대통령이 임기 5년을 꽉꽉 채운다면 그때까지 이 전 대표가 온전할 수 있을까. 어떤 혐의로든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최종심이 선고될 개연성이 높다. "윤석열의 자충수가 곤마(困馬) 이재명을 살려줬다"는 여권의 탄식이 홍심을 찌른다. "윤 전 대통령이 'X맨'"(조경태 의원). "계엄이 이재명 살길 열어줬다"(이재영 전 국민의힘 의원).
윤 전 대통령은 시간 싸움에서 진 것이다. 명태균 '황금폰' 녹취록이 공개된 데다 야권의 김건희 특검 압박이 윤석열의 조급증을 추동했을 법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법 전횡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되돌렸고, 김 여사 특검법엔 충직한 여당이 방패막이를 자임하지 않았나.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은 계엄 승부수를 띄울 계제는 아니었다.
보호무역 회귀를 획책한 트럼프와 시대착오적 계엄을 집전한 윤석열의 판세 오독(誤讀)과 무모함이 빼닮았다. 포석을 깔지 않고 대마(大馬)에만 집착하다 자충수를 둔 형국이랄까. 부득탐승(不得貪勝)은 위기십결(圍棋十訣)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바둑 요결(要訣)이다.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트럼프와 윤 전 대통령이 감계로 삼아야 할 잠언이 아닐까 싶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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