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SK스페셜티 사례처럼 투자 승계 명문화해야”
구미시·구미상의·정치권 긴밀한 대응 촉구 목소리
SK실트론 노조 “고용 보장되지 않는 매각 절대 반대”
SK실트론 구미공장. <영남일보 DB>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앵커 기업인 SK실트론이 매각 국면(영남일보 4월 10·11일자 보도)에 진입하면서, 지역 경제의 향방을 가를 고용과 투자 이행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업의 소유권 이전을 넘어 3천500명에 달하는 숙련 인력의 생존권과 수조 원대 설비 증설 계획의 연속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3천500명 고용 안정, 사업 재편보다 우선"
17일 구미 지역 경제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에 따른 SK실트론 매각 추진이 가시화되자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조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구성원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 일방적 매각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SK실트론 구미 공장 인근 임수동 상권은 기업의 존속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임수동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박영희씨(54)는 "점심시간이면 작업복을 입은 사원들로 북적이는데, 주인이 바뀌어 인원이 줄어든다는 말이 돌 때마다 식자재 발주량부터 고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공장 인력은 3천500명 규모로, 이들의 가계 소비는 지역 자영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지표다. 구미경실련은 매각 협상 대상자가 앞서 SK스페셜티를 인수한 측과 겹친다는 점을 들어 정치권이 인수 측 대표를 국회로 불러 고용 보장 확답을 받아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증설 중인 2.3조 투자, '약속의 승계'가 관건
매각의 파장은 산업 인프라 확장성으로 번지고 있다. SK실트론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구미시와 약속한 투자 규모는 총 2조3천000억 원에 달한다. 12인치(300mm) 실리콘 웨이퍼 제조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이 자금은 이미 상당 부분 집행 중이나, 매각 이후 잔여 투자 계획이 원안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구미 3공단 신공장 건설 현장 인근 원룸촌에는 투자 규모를 체감케 하는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 중개업자 강효성씨(48)는 "최근 증설 공사 인력들이 몰리며 한동안 비어 있던 방들이 나갔는데, 매각 소식 이후 투자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집주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는 경북 영주의 'SK스페셜티 사례'를 벤치마킹 모델로 꼽으며, 대구·경북 정치권이 공조해 2조 원대 투자 약속을 매각 조건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인 바뀐 산단'의 불확실성…지역 경제계 '예의 주시'
구미 경제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신성장 산업의 도약 기회로 보는 시각과 구조조정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 3위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갖췄으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 공백이 자칫 구미 반도체 클러스터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기업지원팀 관계자는 "사모펀드 매각 이후 경영 실적 개선에만 치중할 경우 예정된 투자 이행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에 SK 측은 "다양한 사업 재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구미 산단의 2조3천억 원대 투자 시계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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