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김종회씨, 도로변 방치 쓰레기 치우려다 발견
인근 경찰서 신고…“당연한 일”이라며 사례금 기부
현금 1백만원이 든 돈가방의 주인을 찾아준 전직 교사출신 김종회씨.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현금 100만원이 든 돈가방이 80대 어르신의 조용한 선행으로 주인에게 돌아갔다.
17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김종회(83·대구 북구)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 46분쯤 경북대 후문을 지나가다가 도로변에 방치된 쓰레기 봉투 뭉치를 우연히 발견했다.
김씨는 무심코 지나치려고 했지만 순간 쓰레기가 자동차에 짓눌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등 주변 교통 흐름을 방해하자 가던 길을 멈췄다. 김씨는 '통행에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쓰레기를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참 쓰레기를 치우던 김씨의 눈에 봉투 속 작은 가방에 눈길이 갔다. 겉이 깨끗한 가방이 쓰레기 사이에 있는 게 이상했다.혹시나 싶어 김씨는 곧바로 가방을 열어 봤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 속에는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화들짝 놀란 그는 곧바로 가방을 들고 근처 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했다. 돈가방은 곧잘 주인에게 무사히 돌아갔다.
경찰 연락을 받은지 10여분 만에 경찰서로 달려온 A씨는 김씨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A씨는 "생활비로 쓰려던 소중한 돈을 잃어버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찾게 될 줄 몰랐다"며 연신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꼭 사례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건넸지만, 김씨는 "당연한 일"이라며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A씨가 계속 사례의사를 밝히자 김씨는 마지못해 사례금 2만원을 건네받았다. 김씨는 이 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대구사랑의 열매)에 그대로 기부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학생 박지훈(24·북구 대현동) 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적지 않은 현금을 보고 욕심이 날 법도 한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경찰에 신고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며 "어르신이 보여주신 '양심의 무게'를 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취재진이 확인결과, 김씨는 교사 출신 퇴직자였다. 김씨는 "대단한 일도 아니다. 돈가방을 봤으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 지난 40여년간 교편을 잡으며 부끄럼 없이 살라고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며 "현금 가방을 찾아 돌려준 정직한 추억이 100만원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례금을 받는 게 부끄러워 기부하기로 했다. 적은 돈이지만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씨의 미담사례를 전해들은 학부모 최태연(45·동구 신암4동)씨는 '진정한 교육자의 표상'이라고 했다.
최씨는 "40년간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이 살라'고 가르치셨다더니, 퇴직 후에도 그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해 보인 것 같다"며 "100만원이라는 돈보다 '정직한 추억'이 더 가치 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고 말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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