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피해 컸던 영덕군 경계에 위치
79세 뇌종양 환자 갑자기 상태 악화
일각 “死因·이송 인과성부터 밝혀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포항 요양병원 환자 산불대피 이송 다음날 숨져 “행정명령 내린 市 책임”VS“피해 막을 필요한 조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3.d09c11ce7cc24dd6aaf35e4fbb3436c2_P1.jpg)
요양병원 사망 유가족이 23일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포항시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경북 산불 발생 당시 포항시가 발령한 요양병원 환자 긴급 이송 행정명령이 병원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긴급 이송 직후 한 입원환자가 숨지자 유가족이 항의에 나섰는데, 포항시는 사망에 따른 유감과는 별개로 꼭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행정명령에 따른 이송으로 숨진 환자는 포항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포항시의 적절한 조치에 항의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일각에선 “환자의 사인과 긴급 이송과의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산불이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오후 시는 A요양병원에 환자 긴급 이송 행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병원은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영덕군과 경계를 접하고 있어 만일의 경우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A요양병원은 보건소와 함께 밤 9시쯤부터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시내권 병원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숨진 B(79)씨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을 앓던 B씨는 격리치료대상에 속해 27일 새벽 특수구급차에 탑승, 거의 마지막 순서로 이송됐다. 이송 후에도 혈압 등 활력 징후(바이탈사인)는 정상이었으나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다음날인 28일 오전 패혈증으로 숨졌다.
이를 두고 유가족은 포항시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가족 C(49)씨는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갔을 때 이미 부친의 호흡이 가팔랐다"며 “요양병원으로 모신 지 3주 만에 황망하게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어 “산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이송이 됐고, 부친의 사망에 따라 요양병원과 포항시에 민원을 넣었으나 아무런 답이 없다"고 한탄했다.
반면, 포항시는 관련법에 근거해 인접 지역의 주민 대피와 요양병원 환자 긴급 이송 행정명령을 내렸다며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보호자에게 이송 계획을 고지토록 병원 측에 알린 후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총 131명의 환자를 안전하게 분산 이송했고, 이는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B씨는 항암 치료도 중단한 말기암 환자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라 특별히 간호사 2명도 대동한 상태로 이송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지만, 긴급하게 이송을 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긴급 이송 행위가 B씨의 사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내는게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B씨가 말기암 환자였던 만큼 긴급 이송과 사망과의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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