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속에 깃든 영주의 시간"

경북도 유형문화유산 지정된 소수서원 고문서.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가 간직한 소중한 기록유산 두 건이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영주 소수서원 고문서 일괄' 82점과 '영주 제민루 고문서 일괄' 2점이 경북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지정된 소수서원 고문서는 한국 서원사의 전개와 교육 체계, 의례 문화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사료다. 초기 서원의 임원 조직과 입원 자격, 교육 형태 및 제향 방식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제향자 안향의 가사를 담은 '도동곡'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서원 방문자를 기록한 '심원록', 운영 전반을 서술한 '잡록' 등도 포함되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제민루 고문서 일괄은 조선시대 지방 의료기관 운영 실태를 드려다 볼 수 있는 드문 사례다. 제민루는 15세기 초반 설립돼 향소, 학교, 의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한 복합 행정시설이었다. 이번에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국노비안'은 제민루에 소속된 노비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의원잡물질'에는 당시 사용된 의료기기와 서적, 문서 목록이 수록돼 있어 조선시대 지방 의료행정의 구체적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영주시는 올해만 '부석사 조사당 목조의상대사좌상'을 포함해 3건의 문화유산이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는 영주시의 문화적 위상과 기록유산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이재훈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소수서원과 제민루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흔적과 정신이 오롯이 담긴 공간"이라며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활용 방안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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