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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窓] 산불 예방과 필수의료 살리기

2025-04-25
[메디컬 窓] 산불 예방과 필수의료 살리기
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봄철에는 기후변화로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이 결합해서 산불 발생 위험이 극대화되니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흡연, 화기 금지 같은 구태의연한 대책이 아닌 낡은 소방 헬기 같은 노후 장비 교체, 지역별 방재 체계, 전문 인력 확보 등의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며 산불 진화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또한 시급하다. 대책 수립에는 공통적으로 '충분한 예산'이 기반되어야 하니 안전을 위해서는 결국 충분한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다.

또한 화재 진압 과정 중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 면책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얼마 전 빌라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며 입주민들을 대피시키던 중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잠이 들어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현관문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현관문 잠금잠치가 파손되자 주민들이 소방 당국에 800만원 배상을 요구했다. 보험회사는 "적법한 인명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해 소방관이 곤경에 빠졌다. 보상 요구만으로도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이는 필수 의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의사가 적어 필수의료가 붕괴되니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하였다. 의사가 부족해서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원가의 91%에 불과한 건강보험 구조상 필수의료 의사는 힘들기만 하고 보상은 낮으며 소송까지 빈번하게 걸리니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필수 의료 신규 지원자도 없을뿐더러 기존의 의사도 전공을 포기하고 있다.

필수 의료진에게 위험성 대비 적절한 보상이 없는 한 공공의대 만들고 의사 더 많이 뽑아도 종국에는 필수의료가 아닌 피부미용 같은 비필수 진료 분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필수의료를 지킬 수 없으며 충분한 재정확보와 수가 인상만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또한 소방관과 마찬가지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과거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 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의사들은 잘못이 없음에도 구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게 되어 이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급감하였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소아 심장 수술비와 에크모 같은 재료비를 삭감시키는 심평원, 생사가 걸린 위험한 소아중증수술의 결과가 불가항력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집도의를 형사처벌하고 수십억원의 소송을 거는 현실에서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직원이 "소아흉부외과 교수에게 수술할수록 적자니까 고생하며 수술하지 마세요"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낸다. 중증소아 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나는 현실에서 의사를 수천명 더 뽑아도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는 없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가조정으로 업무 난이도와 위험도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과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산불 예방, 필수의료 등 국민 안전 기반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차원의 충분한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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