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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
시간이 쌓이고, 관계가 만들어낸 밀도와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를 마친 뒤, 회식 자리가 이어졌다. 여러 갤러리 대표들과 작가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나는 젊은 작가들이 모인 테이블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결국, 1등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여러 명을 함께 세우면 시선도, 기회도 분산된다." 차가운 말이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술시장 역시 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내가 하고 있는 블루프로젝트가 생각났다. 갓 졸업한 신진 작가들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일. 그들이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 하나를 믿고 싶었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똑같이 무겁다.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불확실성과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 좋은 뜻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장, 가능성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작가도, 갤러리도 서로의 길을 묻고 또 확인해야 한다.
작가와 갤러리의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작가는 자유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갤러리는 그 자유가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작가가 시장에 적응하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마다, 갤러리는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에서 거리를 두어야 하는가. 작가가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때, 갤러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할까.
작가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존재로 머물고 싶지 않다. 그들이 구축하는 세계 안에서, 갤러리스트로서 나 역시 끊임없이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자리에 있지만,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싶다.
갤러리는 시장 안에서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작품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검증받아야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 믿을 수 있는 작업을 끝까지 세상에 소개하고 싶다.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긴장 속에서 선택한 방향만이,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길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갤러리제이원은 앞으로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생존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며, 새로운 세계를 세상에 제안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올해도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작업들과 시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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