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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의 세상만사] 소훼난파(巢毁卵破)

2025-04-28

점입가경 글로벌 경제전쟁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

정권잡으려 진흙탕 싸움만

국가 불안하면 국민 힘들어

화합과 소통하는 리더 필요

[전영의 세상만사] 소훼난파(巢毁卵破)
전영 논설위원
국가경제가 수출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전쟁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수출은 안갯속이다. 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 2%에서 3개월 만에 1%로 낮췄다.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크다. 내년 성장률도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8.1%를 차지하는 마당에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 이미 수출 감소세는 나타나고 있다. 미·중이 관계개선에 나서더라도 약속은 언제든 깨어질 수 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6월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이재명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국민의 힘은 29일 3차 경선 진출자 2명을 발표하고 5월3일 제5차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5월3일 이후 한 달 동안 각 후보와 캠프 간 경쟁과열은 불 보듯 뻔하다. 지지 후보의 공약(公約)은 검증없이도 신봉하면서 상대 후보의 공약은 실천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공약(空約)이라 치부한다.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다른 사람의 티만 보는 꼴'이다. 한술 더 떠 허위정보나 근거없는 비방 등으로 국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다 보면 선거가 끝난 뒤에는 더 큰 혼란을 맞게 된다. 승리한 쪽은 권력을 방패 삼아 눈에 가시를 제거할 것이고, 패배한 쪽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선거결과 불복종에 나설 것이다.

소훼난파(巢毁卵破)라는 말이 있다. 새집 소(巢)·헐 훼(毁)·알 난(卵)·깨뜨릴 파(破). '새집이 헐리면 알도 깨진다'는 뜻이다. 중국 후한서(後漢書) '공융전'에 전하는 후한(後漢) 말기의 학자 공융(孔融)과 관련된 이야기다. 공자의 20세 손인 공융은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14대 헌제(獻帝)때 벼슬을 하였으나 일찌감치 조조의 야심과 행실을 보고 멀리하게 됐다. 조조도 이런 공융을 좋게 보지 않았다. 조조가 유비와 손권을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키자 공융이 반대했다. 화가 난 조조는 공융을 제거하기로 했다.

공융이 죽음을 맞게 됐을 때, 그의 어린 두 자녀가 태연히 집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위기가 닥친 것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빨리 달아나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새 둥지가 부서진 판에 어찌 알이 깨지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라며 계속해서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조조는 공융과 아이들을 함께 처형했다.

세계가 양보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북한의 행동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는 절대적으로 국가 안정이 필요한 시기다. 정치는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경제도 문화도 안정된 정치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여야가 화합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거시경제의 틀을 짤 수 있고, 서민을 위한 적절한 경제정책도 집행할 수 있다. 정치싸움만 일삼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국가를 수없이 보았다. 국가도 3류국가가 되었지만, 국민은 어딜 가도 찬밥신세다. 국가(새집)가 불안정해지면 국민(새알)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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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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