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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025-04-28 20:07

주민들 집·창고에 물 뿌리고 대피
거동 불편한 어르신은 대피소 이용
좁은 길목에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8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 북구 조야동 인근이 산불 연기로 뒤덥혔다. 박영민 기자.

[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8일 오후 4시쯤 산불이 발생한 대구 북구 조야동 인근 주민들이 창고에 물을 뿌리고 있다. 박영민기자

[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8일 오후 3시쯤 대구 조야동 인근 함지산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박영민기자.

“빨리 대피하세요. 대피하세요!"

28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 북구 조야동 함지산 인근. 소방헬기 소리와 안내방송 등이 뒤섞여 주민들은 모두 혼비백산했다. 이 일대는 거뭇한 잿더미가 바람을 타고 마구 떠다녔다. 탄 냄새도 진동했다. 의용소방대원들은 앞다퉈 시민들에게 대피하라며 소리쳤다. 시민들은 가족과 통화를 하거나 반려견을 안고 급하게 대피했다.

산불 발생 후 2시간 정도 지나자 조야동 일대는 모두 연기로 뒤덮혔다. 산에서 제법 떨어진 민가의 주민들도 집에 물을 뿌리는 등 긴급조치를 한뒤 대피행렬에 나섰다.

주민 유인태(80)씨는 “처음 노곡동 공장 인근에서 산불이 났을 때는 꽤 멀리서 불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금세 이쪽(조야동)까지 불이 번졌다. 대피명령이 떨어지고 소방대원이 도착해 집에 호스를 연결하는 것을 도와주고 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곡동 산 중턱엔 소나무도 없고, 산불이 날 일이 없는데 어쩌다 산불이 났는지 모르겠다. 노곡동에 부모님 산소도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불길이 혹시라도 자기 집까지 미칠까 대피도 못한 채 지켜보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출입통제선 바로 앞에 서 있던 정이백(67)씨는 “집에서 쉬다가 느닷없이 들어오는 연기에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통제선 안쪽에 집이 있는데 불이 옮겨붙을까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조야동 일대 민가 곳곳엔 소방차 등 장비들이 한가득 진을 쳤다. 좁은 길목 탓에 소방차 진입마저 쉽지 않았다.

한 소방의용대원은 주민들에게 “근처에 소화전이 없어서 잔불 끄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소방대원들 옆으로는 양손에 짐을 가득 쥔 채 대피하는 주민들이 보였다. 여행용 가방을 손에 쥔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김관형(71)씨는 “아내와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피던 도중 갑자기 큰 불길이 솟아오르더니 연기가 순식간에 퍼졌다"며 “부랴부랴 짐을 싸서 나오긴 했는데 갈 곳이 없다. 한순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대피소 생활을 할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주민 황수정(여·32)씨는 “산불소식을 접할 땐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가게를 보다가 지인이 찍어준 현장 사진을 보고 바로 집으로 왔다"며 “짐을 챙겨 나오긴 했지만 막상 대피소 생활을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상황을 지켜보고 떠날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조야동·노곡동 주민들은 옛 서변초등학교 조야분교 앞에서 북구청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팔달초·매천초 등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했다. 휠체어를 탄 노모와 함께 대피길에 나선 최모(41)씨는 “다행히 직장이 인근이라 반차를 내고 남편과 급하게 부모님을 모시러 왔다"며 “다른 어르신들도 무사히 대피하셔야 할 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8일 오후 7시 30분쯤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함지산 산불 대피소에 주민들이 모여 쉬고 있다.

[Y스케치] 대구 북구 산불에 혼비백산…집 타버릴까 현장 못떠난 주민들

28일 오후 7시30분쯤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함지산 산불 대피소로 주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30분 기준 함지산 산불을 피해 대피소로 몸을 옮긴 주민(무태조야동·노곡동)은 모두 1천200여명(899가구). 같은날 팔달초등학교에 모인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 노령층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구호텐트나 돗자리 같은 구호물품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몸이 많이 불편한 노인들은 급한 마음에 학교 체육관 내에 있던 파란색 체육용 매트를 펼쳐 몸을 뉘었다.

한 어르신은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대피시켜 줬다. 하얀색 승합차에 태우더니 이리로 왔다"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가져오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어르신도 있었다. 곽모(82)씨는 “녹내장약과 혈압약을 미처 챙겨오지 못했다"며 “여기서 며칠을 지낼지 몰라 걱정이다. 내일 날이 밝는대로 바로 병원으로 가 약을타야 할 상황이다"고 했다.

아이에게 라면을 먹이던 이모(42)씨는 “옷도 세면도구도 없이 일단 몸만 대피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나는 직장에서 바로 대피소로 왔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한 공무원은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다"며 “대피시키기도 어려웠는데, 집이 불에 탈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다들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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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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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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