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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산불 너머, 희망찬 터전

2025-04-30
[문화산책] 산불 너머, 희망찬 터전
이정진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최근 중국 장가계를 다녀왔다. 한나라 이래로 '무릉도원'이라 불려온 신비로운 땅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장가계의 십리화랑이나 원가계 등지에는 기암괴석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 석회암 지형이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며 빚어낸 것들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솟구친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현실을 떠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은 영화 아바타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자연은 매년 1천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매년 30만명의 한국 관광객들도 이곳을 방문하여 거대한 자연경관에 감탄사를 쏟아낸다.

우리 주변에도 산과 숲이 있다.

우리는 푸르른 숲길을 걷고, 산 능선을 걸으며 고요함을 즐기고,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며 머릿속 복잡함을 내려놓는다. 산은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우리 곁에 소중한 쉼터가 되어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봉화와 의성 일대에 번진 산불 피해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56배에 달했다. 이 끔찍한 산불은 청송의 만세루, 의성의 고운사 같은 소중한 문화재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주민들에게서는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

그리고 겨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지난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도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강풍을 타고 불길은 거세게 번졌고, 29일 새벽까지도 진화되지 않은 채 타오르고 있었다. 산불이 주택가로 확산되면서 조야동, 서변동, 구암동 등지에서 약 2천200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밤새 이어진 대피 소식은 듣는 이의 가슴마저 타들어가게 했다.

우리의 산들은 장가계의 십리화랑이나 천문산처럼 장대한 관광명소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산들은 인근 주민들에게 소박한 녹음을 내어주고, 마을에 바람막이를 세워주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마다 터를 닦아온 세월이 있고, 그 곁에는 문화유산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서 이런 산에 화재가 발생하고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단지 몇 그루의 나무가 탄 것이 아니라,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삶의 기억이, 앞으로 살아갈 희망의 터전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다. 화재가 신속히 진압되고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터전을 다시 되찾길 소망한다.

이정진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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