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주도 ‘불교 굿즈’ 구매 열풍
올 서울국제불교박람회 20만명 방문
작년 2배 ‘대박’ 불교문화 인기 입증
인기 상품은 몇 시간 만에 품절되기도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제13회 붓다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굿즈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해 '대박'을 쳤다. 메타버스 사찰 체험, 출가 상담, 디제잉 파티 등 젊은 세대의 문화를 적극 수용한 콘텐츠로 눈길을 끌어 전년 대비 약 3배 많은 방문객이 찾았다. 그런데 올해 더 '대박'을 쳤다. 방문객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올해는 어떤 콘텐츠가 흥행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굿즈'(goods·기획 상품)였다. 불교에서는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박람회장 곳곳에서 '풀소유'를 향한 행렬이 이어졌다. 재밌는 일이다. 일부 부스는 몇 시간 만에 물량이 동났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교 굿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불자가 아닌 이들도 불교 굿즈 구매에 동참해 불교문화 확산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중이다. 불교문화가 소비 트렌드로도 자리 잡고 있는 것. 불교 굿즈는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18면에서 계속
◆"무소유 대신 풀소유" 불교 굿즈 열풍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부스에서 판매된 '무소유' 모자. <독자 제공>
"무소유 대신 '풀소유' 하고 왔어요."
한때 다소 엄숙하게 여겨졌던 불교.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힙한 종교로 통하고 있다. 자유롭고 위트 있는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된 불교 문화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 흐름에 맞춰 '불교 굿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처 이미지나 불교 교리를 현대적인 디자인과 메시지로 풀어낸 티셔츠, 키링, 스티커 등이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달 3일부터 6일까지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가 열린 코엑스 3층 C홀은 인파로 가득했다. 개막 전 사전등록자가 4만명을 넘겨 조기 마감됐다. 행사 당일에는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방문객은 입장도 못해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람회는 젊은 세대로 특히 붐볐다. 전통 종교 행사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올해는 '너의 깨달음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업사이클링, 차, 수행의식, 의류, 공예, 식품 등 총 481개 부스로 구성됐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불교 개념을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내 불자가 아니어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은 불교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들이었다. 각 부스마다 구매 행렬이 잇따랐다. '힙스터 부처님' 부스의 부처님 티셔츠는 개장 직후 품절됐다. 이 상품은 서핑하는 부처가 그려진 티셔츠로 힙한 감성을 자아냈다. 부스 한 켠엔 풍선껌을 불고 있는 부처 등신대가 놓여 있었다.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부스에서 판매된 '중생아 사랑해' 하트 쿠션. <독자 제공>
다른 부스들도 '극락도 락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나 합장하는 모양의 손톱깎이, '번뇌가 닦이는 수건'이라는 문장이 박힌 수건, 불상이 그려진 키링, '중생아 사랑해' 문구의 하트 모양 쿠션 등 불교의 교리와 문화를 각종 상품에 트렌디하게 담아냈다.
SNS엔 첫날부터 굿즈 구매 인증샷과 함께 "무소유 대신 '풀소유' 하고 왔어요"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 전부터 번뇌가 쌓였다" 등의 유쾌한 후기가 잇따랐다. 이런 후기들이 퍼지며 날이 지날수록 박람회 방문객은 더욱 늘어났다. 마지막 날엔 대기 줄이 길어져 일부 부스는 입장을 조기 마감했다. 연이은 품절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못 샀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의외성·위트 있는 메시지가 마음 사로잡아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찾은 젊은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제공>
이 같은 인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의외성이다. 불교라는 전통적이고 다소 엄숙할 수 있는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서핑하는 부처, 풍선껌을 부는 부처 등 기존 불교 이미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의외의 표현들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정조준했다.
박람회에 방문한 20대 A씨는 "갔다가 물욕 폭발하고 왔다. 불자가 아닌데 세련된 굿즈가 많아 구경하기 즐거웠다. 종교 행사가 이렇게 힙하고 재미있을지 몰랐다"며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예쁜 굿즈는 이미 오전에 품절돼 내년엔 아침 일찍 방문하려 한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위트도 인기 요인. 불교 특유의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극락도 락이다'처럼 재치를 더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친밀한 모습으로 종교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만든 것이다.
불교박람회를 총괄한 장영섭 불교신문 부장은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기 이전에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혜"라며 "관람객들이 딱딱한 책 읽듯이 불교를 접하기보다 와서 '불교 놀이' 한번 재밌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람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박람회 방문객이 주로 신도였지만 작년부터 입소문이 퍼져 20~30대 방문객이 많아졌다"며 "박람회 구성도 방문객 연령 변화에 맞춰서 다채롭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 "힙하지만 상업적" 아쉬움에도 인기 여전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힙스터 부처님' 부스를 선보인 온리모먼트의 부처님 티셔츠. <온리모먼트 제공>
다만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문객 B씨는 "불교박람회는 여전히 힙하고 재밌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느낌"이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올해 박람회는 굿즈 부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고, 스님들이 직접 참여해 수행 체험을 이끌던 부스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굿즈의 가격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또 다른 방문객 C씨는 "불교를 테마로 한 박람회인데, 굿즈 판매에 너무 치중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아크릴 키링(열쇠고리) 하나에 1만2천원은 조금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교 굿즈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박람회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와 상품 판매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의 뜨거운 열기는 끝났지만, 불교 굿즈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박람회 때 '힙스터 부처님' 부스를 선보인 판매업체 '온리모먼트'는 지난 9일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는데, 약 30개 품목이 3일 만에 완판됐다. 온리모먼트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염주와 스티커도 새롭게 제작 중"이라며 "일상에 어울리는 귀여운 불교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불교는 지난해 SNS를 통해 이색 체험과 불교 특유의 포용적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5%가 '최근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떠오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20대(66.8%)와 30대(70.4%)에서 이를 뚜렷하게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