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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 함께] 김연덕 '나의 건설학교'

2025-05-12

[신용목의 시와 함께] 김연덕 나의 건설학교
신용목 시인



차갑다.

계수나무처럼 늘어진 전등의 술 한 올이

전체적으로 망쳐진 내 안의 실내 건축가 내 안의 자연에게 갖는 책임감.

드문 입체감.

도배할 때마다 자리를 바꾸는 화장대와 장롱은 왜 정리된 삶을 가로지르는 맨 끝 방에서 더 미숙해 보일까. 요란하게 잊히는 피부 내가 보고 싶은 정원은

조그만 콘크리트 통에 머리를 담근 채 악쓰고 애를 쓰면 볼 수 있는 사람.

김연덕 '나의 건설학교'


시인 김수영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그 방을 생각하며)고 했다. 65년이 지나 한 시인은 낡은 방에서 '내 안의 자연'을 찾는다. 그 자연은 '사람', 탐욕으로 도배된 콘크리트 통에 갇혀 있다. 우리는 그를 깨울 책임이 있고 세계는 그를 깨워 입체가 된다. 성숙해진다. 사람의 자연. 이제 그것이 최소한의 상식이고 오염되지 않은 질서이며 독점되지 않은 법이자 마침내 민주의 정치라는 것을 안다. 시 후반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세면대에 담긴 물이/ 바다처럼 끓는다." 더운 파도에 차가운 얼굴을 씻으면 알게 된다. 나의 피부, 나의 감각, 저들이 요란하게 가린 '정원'을 되찾을 때, 우리의 분노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말이다. 시인 김수영의 "그 방"에는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여전히 '악을 쓰고' 있을 것이다.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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