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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이더] 답이 없으므로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2025-05-13 09:50
이웅찬

이웅찬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관세전쟁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난리통이다. 처음에는 주식시장만 빠지더니 급기야 미국 채권과 달러까지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의심된다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란다. 금융시장의 반응이 과도한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관세정책이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이겠다.

한국의 경제는 조금 과하게 단순화해보자면 에너지를 수입하고 제조업에 첨단 테크를 접목한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기계다. 과거에는 저가 노동력을 무기로 시작했으나, 그 이후에는 철강, 화학 설비 등 규모의 경제가,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 IT, 2차전지까지 제조업과 기술의 융합에 성공한 것이 한국의 수출경제를 이끌어왔다. 이러한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이 점차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기술 따라잡기에 성공하면서 점차 우위를 잃고 있었는데, 미국이 기본관세 10%에 산업관세를 추가로 매기자 자동차, IT, 철강, 2차전지와 같은 대구경북 지역과 관련 깊은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미국의 관세와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은, 한미 FTA와 중국의 무역 및 경제 성장이라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공식이 소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냉전 시기, 정부관료와 기업가에 의한 고도성장의 방정식이 한계에 다다르자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한국은 IMF에 손을 벌렸다. 고도성장 모델은 타격을 받았으나 우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구하던 구조조정을 끝내고 세계시장에 당당히 섰다. 한미 FTA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다시 번영을 가져다주었고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되어 우리가 해 줄 일이 많아졌다. 이 2가지 요인이 소멸되어가니 다시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무산되었다. 자동차는 미국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기는 길이고 기업도 이익을 담보하기 어렵다. 2차전지가 부각받은 때도 있었으나 과열 기미가 있었고 공급 과잉이 나타나는 사이 기술과 비용 모두 중국이 따라잡았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했으나 더 높은 대미 관세율을 부과당했다.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은 일본과의 동맹관계와 관세 협상을 강조했는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바뀌는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해답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현실론이 아니라 이제는 수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력이 조금씩 뒤쳐지고 있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 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정책이 계속 나타날 테니 기회를 잡아야 한다. 기술력이 뒤쳐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혁신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하고 자유무역에 까다로워지는 글로벌 시장의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에서도 기업가정신에 가장 투철한 지역이 우리 대구 경북이다. 서문시장의 상인정신, 구미공단의 근면성이 포항제철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 내기를 기원한다. 이제 우리 모두 답을 찾아야 한다.

이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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