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고법. 영남일보 DB
1985년 정신지체 장애(3급)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수십년 간 보살핀 부친 A(64)씨.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4년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들은 1급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일을 그만 두고 간병을 해야했다.
A씨는 아들을 시설 보호소에 보내자는 가족과 지인들의 의견에 끝까지 반대하며 보호 및 양육에 신경썼다. 하지만 2021년 3월 발생한 교통사고로 A씨는 발가락을 절단하게 됐다. 사고 후유증으로 아들을 제대로 보살피기 힘든데다 보험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힘겨워하는 부친을 지켜보던 아들은 2023년 8월부터 자포자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수차례 했다. 같은 해 10월 24일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쯤 A씨는 대구 남구 자택에서 한 달치 분량의 우을증 약을 복용하고 만취 상태로 손에 흉기를 들었다. 이어 화장실에 있던 아들을 수차례 찔렀다. 아들은 과다출혈로 결국 숨졌다. A씨는 자해를 시도했다. 한동안 의식 불명 상태로 있다가, 이를 발견한 아내에 의해 다시 의식을 회복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대구지법 형사12부)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과 피해자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고인에게 실형 선고를 통해 이 세상을 외롭게 떠난 피해자에게 속죄하고, 자신의 범행을 다시 되돌아보게 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들과 장애인 단체 등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고, 피고인의 가슴 아픈 사정과 현실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후 검사와 A씨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대구고법 형사2부)는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양형 조건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없고, 항소 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이 모두 이미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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