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성주군 선남면 A공원 수목장을 찾은 유족들이 고사한 소나무 앞에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성묘에 나섰던 유족들은 말라 죽은 나무 아래 고인이 안장되어 있는 현실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애독자 제공>

어버이 날을 맞아 경북 성주군 선남면 A공원 수목장에 성묘에 나섰던 유족이 말라 죽은 나무 아래 고인이 안장되어 있는 현실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애독자 제공>
자연과 함께하는 장례 방식으로 각광받아온 수목장이 최근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위치한 A공원에서 대규모 소나무 고사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목장 운영 실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를 기리기 위해 성묘에 나선 유족들이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위치한 A공원 내 수목장에서 마주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수십 그루의 소나무가 누렇게 말라죽어 있었으며, 고인을 모신 수목 아래 가지와 잎이 말라비틀어진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목장은 유골을 자연에 그대로 묻어 자연으로 되돌리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전통적인 매장이나 납골당 대신 숲이나 공원에 고인의 유골을 나무 뿌리 근처에 묻고, 따로 비석이나 봉분 없이 자연물로만 표식하는 방식이다. 삶의 끝을 자연과 연결하는 생태 장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제대로 된 관리 없이는 자연도 고인도 모두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수목장에 방문한 유족 B씨는 "자연 속에 고인을 안치한다는 의미에서 수목장을 선택했건만, 죽은 나무 아래 부모님을 모셨다는 현실이 너무도 참담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현장을 찾은 유족들 사이에서는 "수목장이라더니 결국은 관리 소홀의 결과"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A공원 관계자는 "나무도 생명이기 때문에 고사할 수 있다"며 "현재 소나무 100그루를 확보해 유족들이 원할 경우 전면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고사의 원인은 지난겨울 유난히 강했던 한파와, 전정작업 시 가지치기를 과도하게 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은 단순한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족 C씨는 "수목장은 고인과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개념인데, 나무가 죽으면 그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며 "정기적인 점검과 사전 알림이 있었다면 이렇게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자연 친화적 장례문화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수목장 역시 '자연'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돼선 안 되며, 오히려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A공원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고사한 나무들을 전부 제거하고 대체 식재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향후 유족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수목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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