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선택 (하) - 지방분권 개헌]

지난 4월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기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한 가운데,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이 2025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현행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 영남일보DB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의 근본원인을 권력집중에서 찾아야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대부분의 문제는 과도하게 중앙에 권력이 집중된 탓이다. 이러한 과도한 권력집중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가적 난제의 해법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접근이 아니다. 권력 집중이 경제력 집중을 가져오고 기업 격차, 임금 격차, 지역 격차를 불러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주권 대리인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과도하게 권력을 집중시켜 놓아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 다른 행태를 보여도 주권 대리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정치사회 갈등, 경제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권력 분산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
관 주도, 중앙 주도에서 민 주도, 지방 주도로 국가운영체계를 혁신해서 국가의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어느 한 가지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기능마비 상태가 온다. 국민에게 국가의 존재를 의심케 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도 그러한 국가 기능 마비현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생명구조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했고, 사전에 인파 집중에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부재상태, 공권력의 공백상태를 초래했다.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는 너무 멀리 있었고, 행정안전부와 국가경찰은 주민의 안전보다도 대통령의 경호에 집중했다. 참사가 발생한 진도군은 생명을 구할 아무런 권한이 없었고, 용산구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자치경찰 부재로 주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어 국가가 작동불능상태에 빠진 것이다.
지방에게 입법권과 집행권을 넘겨주어야
중앙정부가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지방에게 입법권과 집행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그래야 중앙정부는 국방이나 외교, 금융과 같이 정작 중앙정부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의 큰 문제에 집중할 수 있고 중앙정부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국가의 작은 문제들에서 중앙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지역혁신이 있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하여 지역간에 경쟁을 하게 되면 지역의 입지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와 주민은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과 주민을 유치하고 기존의 주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지역들이 혁신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지역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지역에서 발견된 효율적인 조직방식과 업무처리방식의 개선은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아래로부터 국가의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헌법을 개정하여 지역의 손발을 풀어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혁신에너지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물론 모든 지역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지역의 성공과 실패는 다른 지방에서 성공사례 혹은 실패사례로 학습하게 될 것이고, 성공사례는 확산될 것이고, 실패사례는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성공사례는 늘어나고 실패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에 그치지 않고 중앙정부로 확산되어 중앙정부를 혁신시키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소위 87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이자 입법독점체제이면서 관료독점체제이다. 청와대와 중앙의회, 중앙정부가 모든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국민과 지역사회는 납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감내하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지역을 등한시하는 중앙집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주권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 주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마을, 동네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는 주민자치권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민이 지역과 나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직접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헌법 개정과 법률 제·개정을 위한 발안제와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 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국민이 주권자로서 최종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인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주권자가 될 수 있다.
지방분권 개헌은 지방의회에 중앙의회에 준하는 법률제정권을 주고 주민에 의한 통제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주민이 바라는 법률안을 제정하지 않는 경우 주민이 스스로 법률안을 발안해서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의회가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법률안을 만드는 경우 주민은 투표로서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양극화, 사회갈등, 저출생,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간 경쟁을 통해 국가를 혁신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임박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실질적 국민주권 실현을 통해 주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하다.
정리=박종문기자
<전문가 제언> 지방분권 개헌으로 정치·사회 갈등 및 지역소멸 해결해야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이제 지역발전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지역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책임지고 결정하지 못하면 국민 혈세만 낭비되고 지금처럼 지역은 점점 소멸되고 만다. 우리 지역은 우리가 발전시킨다는 의지와 역량을 갖게 되면 지역은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사슬과 족쇄에 묶여있는 시도민과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서 자치역량을 높이고 지역발전에 대한 책임을 지역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산다.
지금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해온 국가운영방식으로는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 비수도권 청년 유출, 저출산 인구절벽, 경제양극화, 지역소멸, 정치·사회 갈등, 지역격차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겠지만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로운 국가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정치·사회 갈등과 경제 양극화, 지역소멸을 완화할 수 있는 국가운영체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서둘려야 한다.
지금 정치·사회 갈등과 비수도권 지방이 당면한 지역소멸 위기는 혁신적인 정치리더십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과도하게 중앙에 권력 집중되어 있기에 발생한다. 이러한 지나친 권력집중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차기 대통령의 중앙정부 운영 능력과 지역발전 의지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시도민이 지역과 나라의 대소사를 책임있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연일 언급하듯이 시도민이 주권자이고 국가의 주인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 중앙관료들은 주권대리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시도민의 나라가 아니라 주권대리인의 나라로 운영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국회의 입법독점체제, 관료중심체제에 기반한 현 정치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정치·사회 갈등은 심화되고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발전은 불가능하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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