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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이르면 내달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테멜린 악몽’ 재연 막을까

2025-05-26 16:02

25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수주, 6~8주 내 법원 판결에 달려
체코 두코바니 계약 법원 결정 임박…한수원 “즉시 체결 준비”
프랑스와 ‘주도권 경쟁’ 치열…2013년 테멜린 사태 피할지 주목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 체결 여부가 이르면 다음 달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중단됐던 계약이 체코 발주사 EDUII와 한수원의 항고로 심리에 들어가면서, 통상 6~8주내 내려지는 체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테멜린 악몽'이 반복될 지, 유럽 원전 수출의 돌파구가 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법적 분쟁은 프랑스 EDF가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입찰 과정에서 EU 외국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EDF는 한수원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입찰 질서를 왜곡했다고 주장했고,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6일 계약 체결을 일시 중단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7일 예정됐던 최종 계약 서명은 중단됐다.


가처분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임시 조치로, 체코 법원은 계약의 유효성 여부와는 별개로 EDF의 문제 제기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EDUII와 한수원은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금지 명령 해제를 요구하며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항고를 제기했으며 체코 법원이 이번 사건을 우선 배정해 심리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달말 판결이 나올 전망이 높다.


만약 항고심에서 가처분 효력이 취소되면 본안 소송과 관계없이 곧바로 계약 체결이 가능해진다. 한수원은 본안 소송이 장기화될 만약의 경우에도 건설 공정과 병행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원전 단지 내 1천㎿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약 4천억코루나(한화 약 25조4천억원)에 달한다. 계약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두코바니 원전 건설뿐 아니라 테멜린 신규 원전 2기 건설 등 후속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체코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으며 이후 테멜린 신규 원전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한수원에 부여했다.


이번 계약 지연 사태는 2013년 러시아 등의 테멜린 원전 수주 실패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당시 체코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아톰스트로이엑스포르트, 프랑스 아레바(EDF 자회사로 편입) 등과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프랑스 아레바는 입찰 요건 미달로 실격됐지만 이후 법원에 입찰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장기간 소송이 이어졌고 체코 정부는 전력구매가격 보장 거부와 정치적 부담, 소송 리스크를 이유로 2014년 총 150억 달러 규모(20조4천여억원)의 테멜린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 같은 과거 사례는 EDF가 한국의 유럽 원전 진출을 막기 위해 유사한 지연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는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 유럽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유럽 원전 수출을 저지하려는 프랑스의 전략적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러한 분석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순방하며 프랑스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원전 수주 활동에 나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한국과도 원전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인 국가들로 프랑스는 이들 시장에서의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두코바니 원전 계약은 한국형 원전의 첫 EU 본계약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향후 테멜린 원전 등 유럽 내 사업 진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수원은 법적 문제와 별개로 체코 현지 기관들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신뢰 구축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체코공과대학(CTU)과 체코 최대 원자력 연구기관인 UJV와 기술교류회를 열고 노심 시뮬레이터, 핵연료, 중대사고 등 주요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구체화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기자 이미지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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