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던 부부, 전동차 오작동으로 ‘뇌진탕’ 주장
골프장 “책임 입증 어려워 손해배상 불가”
사고당시 현장자료 남아있지 않아 소송전 가열

골프장 전동 카트(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음). 영남일보DB

지난달 11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전동 카트 사고로 한 50대 여성의 다리에 멍이 든 모습. 독자제공
지난 4월 11일 아내와 대구의 한 골프장을 찾았던 50대 남성 A씨는 당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동 카트에 있던 골프채를 꺼내려던 아내가 갑자기 골프장 언덕 경사면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 아무도 타지 않고 있던 전동 카트가 '오작동'으로 급출발해 골프 가방을 잡고 있던 아내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이번 사고로 코뼈와 치아 2개가 부러졌다. 이마와 인중이 6~7㎝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뇌진탕 진단까지 받았다.
이에 A씨는 해당 골프장 측에 전동카트 '오작동' 등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로부터 한 달 정도 뒤인 지난 10일. A씨는 이 골프장 측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답변을 전달 받았다. 전동 카트가 오작동했다고 입증될 만한 증거가 없는 만큼, 골프장 측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A씨는 "골프장 내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 분명 전동 카트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고, 갑자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내가 경사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며 "한동안 직장에 출근도 못하고 아내를 간호해야만 했다. 현재까지 치료비만 2천만원이 넘게 나왔다. 아내가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골프장 측은 "전동 카트 제조업체와 함께 사고가 난 기계를 수차례 살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며 "명백한 기기 결함 등으로 귀책사유가 발생한다면 보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오작동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탓에 현재로선 보험약관상 본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 변호인 측은 "A씨 외 당시 사고를 목격한 이가 없어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있지 않지만, 사고 정황상 전동 카트가 갑자기 출발한 게 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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