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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서 만난 사람] 20년 만에 고향 찾은 장정일 시인…“작가는 바보면 충분하다”

2025-05-27 15:42
지난 22일 대구문학관 4층에서 장정일 시인의 특강 '자기로부터 시쓰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문학관 제공>

지난 22일 대구문학관 4층에서 장정일 시인의 특강 '자기로부터 시쓰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문학관 제공>

장정일 시인 <대구문학관 제공>

장정일 시인 <대구문학관 제공>

"작가가 되려면 얼마나 알아야 할까요? '바보'여도 충분합니다."


대구 출신 장정일 시인은 중학교 중퇴 학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공부해 시를 썼다. 1987년 첫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해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1988년부터는 '아담이 눈뜰 때' 등 소설과 희곡도 다수 발표했다. 기존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새로운 문법과 거침없는 표현으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장 시인이 지난 22일 20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평소 강연 등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그이지만 이날은 대구문학관에서 열린 대구작가콜로퀴엄 특강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그는 '자기로부터 시쓰기'를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장 시인의 공식 학력은 대구 성서중 중퇴가 다다. 낮에는 책을 읽었지만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방황하다 1년6개월간 소년원 생활을 했다. 그러나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에 가고 싶어했지만 못간 경우였다면 콤플렉스가 생겼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년원을 나온 당시의 삶을 '종친 인생'으로 비유했다. 동네 사람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그러다 박기영 선생을 만나 시를 배우고 '지하인간'이라는 작품을 썼다. 그는 "제가 시를 쓰게 된 건 평범한 사람이 하버드대 가서 박사 학위 따온 것과 같은 기적"이라며 "문학이 전기적 사실과 무조건 통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인간'은) 자신의 이야기가 잘 반영된 시"라고 설명했다. 그의 시 '지하인간'의 내용은 이렇다. '​내 이름은 스물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러운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중략)//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 없는 찬사이므로'.


장 시인은 학교를 안 간 만큼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공부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공부들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고 밝히며, "작가가 되려면 많은 걸 알기보다 '바보'가 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세상의 온갖 개념과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글 쓰는 데 바보면 충분하죠. 바보라도 인간이라면 근원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알잖아요. 이를테면 따뜻하고, 움츠리지 않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알면 됐지, 여러 학자나 이론들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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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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