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실서 직접 기자들 질의응답 받아
경제 대책 즉각 마련 시사…전임 정부 비판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이날 인사 발표가 열린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실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곳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지금 당장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경제회생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핵심은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인선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빠르면 오늘 저녁이라도 관련된 모든 부처 책임자뿐만 아니라 실무자까지 모아서 당장 할 수 있는 경제 회생 정책이 무엇인지 규모와 방식, 절차 등을 최대한 점검해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취임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TF 구성'을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후 별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화 통화로 오늘 저녁 7시 30분까지 관련 부서 책임자 및 실무자 소집을 지시했다"며 TF를 즉각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 부처나 대통령실 인사 등은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 관련된 장관이나 대통령실 문제가 급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 중장기적 경제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 문제는 소수의 몇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당의 의견, 시민들의 의견, 야당이나 언론의 의견도 미리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기회를 가진 다음에 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기구 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오늘 내일 쉽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일종의 절차를 거쳐야 되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거기 주력할 게 아니라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긴급 대책을 먼저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통령실 시스템을 일단 그대로 활용하고, 조직 체계도 바꾸려면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것에 대해 아쉬움도 표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에는 연속성이 필요한데 지금은 마치 소개작전 시행하는 전쟁지역 같다.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새로 해야 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도 인선 발표 전에도 "(대통령실이)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결재할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손으로 써서 지장을 찍어야 할지, 지장을 찍으려니 인주도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고민"이라며 "직업 공무원을 전원 복귀시킨 것 같은데, 곧바로 원대 복귀를 명령해서 전원 제자리로 복귀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담에 가까운 어조로 이야기했으나, 거듭 강조한 것은 국정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 정부의 인사 조처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한일 관계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국가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실용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라는 일본 언론의 물음에 "국가간 신뢰의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정책을 개인적 신념 같은 것으로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임 정부에서 일본과 관계 개선에 주력했던 외교 정책들을 뒤집는 것은 힘들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