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뜸해진 정통 아울렛…가족친화형 ‘복합몰’은 선전

지난 4월12일 개점 14주년을 맞은 롯데아울렛 이시아폴리스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대구 서구 호림동 모다아울렛 전경.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대구 모다아울렛에서 한 고객이 물건을 보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대구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 거리.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내수침체로 유통업계 매출이 급감하면서 곡소리를 내는 유통업체가 한 두 곳이 아니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도 연일 매출 하락과 폐점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저가형 유통마켓의 대명사인 아울렛(Outlet)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 탓이지만 아울렛들은 저 마다의 생존 전략을 내세우며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살아남기 안간힘…퀸스로드·모다아울렛 대구점
지난달 27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 아울렛 거리. 2003년 개점했을 때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방문객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적이 뜸했다. 취재진이 30분 가량 거리 일대를 돌아봤지만, 평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인을 제외하고는 제품을 구경하는 고객은 찾기 힘들었다.
퀸스로드에서 15년간 여성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매장 점주는 "이 동네 자체가 유동 인구도 많이 없는 데다가 비상계엄 등으로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닫으면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때 보다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며 "요즘은 하루에 다섯 팀도 못받을 때가 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이 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답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푸념했다.
다른 대구지역 아울렛 매장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호림동 '모다아울렛 대구점'은 평일 오후임에도 그나마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20년간 운영해 온 '정통 아울렛' 답게 곳곳에는 '할인', '1+1' 등 안내표지가 곳곳에 붙여져 있었고, 외부에도 천막을 쳐 다양한 할인 행사를 알리며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다아울렛 곳곳에는 세월의 티가 가득했고, 방문 고객 연령층도 대부분 40대 이상이 주를 이뤘다.
5년간 이 곳에서 근무했다는 한 상인은 "하루에 손님을 겨우 2~3명 받을 정도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지 않고 있다. 다른 상인들과 이야기해보면 하루종일 손님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라고 푸념했다.
두 아울렛은 모두 대구에서 20년을 넘긴 '정통' 아울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애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아울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백화점 정가는 부담되지만 아울렛은 정가 대비 30~70%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경기 장기화 탓에 대구를 지키던 아울렛들도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생존 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모다아울렛의 경우 다른 대형 유통사에서 운영하는 아울렛과 달리 정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즉, 브랜드 본사나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입점해 재고 상품이나 이월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를 갖춘 아울렛 본래의 개념을 충실히 따르는 마케팅 전략을 취한 것이다.
모다아울렛 대구점 관계자는 "모다아울렛 대구점은 타 아울렛과 달리 전통적인 아울렛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대구 자체가 타 지역과 비교했을때 광역권 인구에 비해 유통사가 굉장히 많다. 또 모다아울렛 자체가 대구에서 '아울렛'으로 시작해 성장해 나간 만큼, 자사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버려가면서까지 매장 운영을 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퀸스로드는 지난해 10월 대구 서구청에서 주관하는 '골목형 상점가' 사업에 선정돼 여러가지 사업을 계획 중이다. 사업에 선정되면서 대구지역 아울렛 거리 중에선 최초로 전통시장과 동일한 지위로 대우받을 수 있게 됐다. 각종 공모 사업 신청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조환규 퀸스로드 상인회장은 "침체된 퀸스로드를 아울렛 방식에서 좀 더 진화된 '복합타운'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거리의 공실을 좋은 브랜드로 채우면서 인프라를 구축해 손님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선방 롯데아울렛 이시아폴리스점…'몰(Mall)형' 아울렛 대세
지역 아울렛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아울렛도 눈에 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울렛 매출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다. 5월 기준 현대시티아울렛, 이랜드리테일, 모다아울렛 등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 오르는 약보합세를 유지하거나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이 가운데 동구 봉무동 롯데아울렛 이시아폴리스점은 15%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면서 업계 내에서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다양한 브랜드 입점과 함께 대구지역 유일 '교외형 아울렛'인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통상 교외형 아울렛이 차량 이동이 필요한 외곽 지역에 위치한 만큼, 넓은 부지를 활용해 야외형 쇼핑몰 구조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쇼핑 외에도 식음료, 키즈존, 공원 등이 함께 구성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유도하고 있다.
이 탓에 지역에서도 쇼핑과 놀거리가 결합된 '몰(Mall)' 형태의 아울렛 신규 설치에 관심을 높아지고 있다. 수성알파시티에 건립되는 롯데의 대형 아울렛인 '타임빌라스 수성'이 그 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쇼핑몰로 조성하겠다는 롯데의 계획으로 시작된 '타임빌라스 수성'은 올해 지하층 기반 공사를 완료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물 공사에 들어간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무쇼핑<주>도 경북 경산 프리미엄쇼핑몰을 따내면서 대구경북권 아울렛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기업 모두 아직 어떤 형태로 운영한다고는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역 유통가에서는 두 지역 모두 쇼핑과 놀거리를 결합한 복합 쇼핑몰 형태인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경영학과)는 "아울렛은 경기가 좋지 않을 수록 전망이 밝은 편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같은 브랜드임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업체로 소비자들이 몰리기 마련"이라며 "거기다 주말에 가족 단위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복합 스트리트형 아울렛'이 향후에 더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구에는 이런 아울렛이 없는 상황이라 제대로 만들어진 '복합쇼핑몰 아울렛'이 들어선다면 지역민들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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