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2025년 6월, 대선은 끝났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새 정부는 IMF 이후 가장 엄중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그 도전이 던지는 문제가 고차 방정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 도전의 결과가 국가의 미래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도전은 엄중하다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3가지이다. 첫째, 사회적 통합의 위기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세대·지역·이념 간의 갈등이 탄핵과 계엄을 거치면서 더 깊어져, 이제는 갈등을 넘어 서로를 악마화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둘째,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트럼프의 복귀와 함께 재점화된 관세 전쟁은 5월 대(對)미국 수출을 20% 이상 감소시키는 등 우리 경제에 위기감을 가중 시키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 중국 압박으로 인한 북중러의 결속과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북한의 도발은 대한민국을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동시에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패러다임 전환의 요구다. 'Physical AI'라는 말처럼 이제 물리세계, 현실세계로 내려온 AI와 기후 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고, 세계를 운영해온 모든 시스템의 근본을 뒤흔들며 변화와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이다. 우리는 이 3가지 도전을 어떻게 풀 것인가?
첫째, 통합에는 비전이 필요하다. 분열을 멈추게 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공통의 상상력이다. 60년대 '잘살아보세'의 산업화 비전, 88올림픽으로 대변되는 '세계로'의 중진국 비전처럼 지금은 '강대국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질서를 지키고, 기술을 선도하며, 평화를 설계하는 나라. 이 비전만이 국민을 다시 모으고, 다음 세대를 설득할 수 있다.
둘째, 불확실성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레이 달리오는 말했다. "명확한 목표와 원칙이 없다면, 변화는 반드시 파국으로 흐른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관세 협상, 안보적 불확실성, 기후 변화 등 모든 국정은 비전 아래의 일관된 우선순위와 판단 기준으로 연결돼야 한다. 공정무역 원칙 없이는 미·중 사이의 통상 줄타기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수 없고, 탄소중립 목표와 같은 환경 원칙 없이는 기후정책이 매 선거 주기에 흔들릴 것이다. 원칙은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정책의 기준이며, 대한민국이 변동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셋째, 문명 전환에는 AI 기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젠슨 황은 선언했다. "이제 AI는 인프라이다." AI는 더 이상 부가 기술이 아니다. 국가의 작동 원리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AI 기반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국가 설계의 문제다. 교육 시스템, 노동 유연성, 데이터 인프라, 법, 제도 모두 연동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걸 논스톱 AI 정부라고 표현했고, 'AI를 잘 쓰는 나라'에서 'AI로 움직이는 나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새 정부는 이제 시선을 미래로 돌려야 한다. 통합 없는 국정은 추진력을 잃고, 원칙 없는 정책은 방향을 잃으며, AI 없는 전환은 다음 세대를 잃는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전략이고, 선택이 아니라 결단이다. 대선은 끝났다. 그러나 진짜 국정은 지금부터다.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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