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인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
요즘 공공기관의 변신이 화제다. 정확히는 유튜브를 비롯한 SNS 콘텐츠 등 공공기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다. 담당 주무관이 직접 제작하는 이 채널은 공공기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구성과 솔직하면서도 B급 감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의 홍보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간혹 친근함을 시도했지만 어색하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공공기관의 홍보 담당자들도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요즘 공공기관은 '숏폼' 콘텐츠를 통해 더욱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 양산시가 선보인 13초짜리 영상, '진솔아! 나를 믿니'는 짧은 시간 안에 반전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8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양산시의 취업정보 사이트를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성공했다.
울산 울주군의 숏폼 콘텐츠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패러디한 담당 공무원이 상의를 탈의한 채 돌도끼를 들고, 옹기에 들어가 있는 19초짜리 영상은 유쾌함과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을 통해 '충주맨'과의 컬래버는 물론, 실제 축제 현장에 해당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까지 운영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필자 역시 미술관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대구시 SNS 홍보를 담당하며 다양한 패러디 콘텐츠를 만들고, 때로는 직접 분장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는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다가오면서 그러한 시도를 멈출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공공기관들이 선보이는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콘텐츠를 보면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라는 놀라움이 앞선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벗어나, 실무자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자유를 부여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문화는 단순히 이론으로 습득하기는 어렵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체득한 사람만이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홍보 콘텐츠에 녹여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솔직함과 재미만 강조되다 보면, 때로는 선정성이나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가치관이 다양화된 지금, 콘텐츠 제작에 앞서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는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다양한 공공기관이 펼쳐나갈 콘텐츠를 더욱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윤병인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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