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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주문해요” 대구 달성군 어르신 키오스크 정복기

2025-06-14 13:14

“처음엔 떨렸지만, 이젠 스스로 주문해요”…어르신들 디지털 자립 도전
금속노조 후원으로 마련된 키오스크 교육, 연말까지 30회 운영

교육에 참여한 한 어르신이 음식점 키오스크 모의 기기를 직접 조작해보며 주문 연습을 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교육에 참여한 한 어르신이 음식점 키오스크 모의 기기를 직접 조작해보며 주문 연습을 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버튼 누르기 전까진 손이 떨렸는데, 이젠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뿌듯합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성군 남부노인복지관 강의실. 어르신들이 화면 앞에 선다. 식당 키오스크를 본뜬 교육용 기기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의 눈빛엔 긴장감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오늘은 햄버거를 주문해볼까요?" 강사의 말에 어르신들이 화면을 터치하기 시작한다. "여기요? 아, 이걸 누르면 되나?" "어머, 됐다!" 기계에서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메뉴 사진과 금액이 선명히 떠 있다. 어느새 어르신들 손놀림이 제법 능숙해졌다. 처음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쳐다보기만 하던 이들도 이제는 버튼을 누르고, 결제를 누르며 자신 있게 화면을 조작한다. "햄버거도 있고, 커피도 되네. 우리 손자 데리고 다시 오고 싶네." 60대 후반의 한 어르신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날 교육은 남부노인복지관이 4월부터 매달 진행 중인 '키오스크 사용 교육'의 한 장면이다.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고령층에게 무인기기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복지관은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반복 학습'을 핵심으로 교육을 구성했다. 단순히 조작법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실생활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상황을 재현한다. 음식점, 병원, 은행 등 다양한 장소의 키오스크 화면이 돌아가며 등장하고, 어르신들은 같은 과정을 여러 번 따라 하며 점점 익숙해진다.


이 교육은 금속노조 대구지부가 지난 2월 기탁한 400만 원의 후원금으로 마련된 교육용 키오스크로 진행된다. 연말까지 약 30회 예정이며, 매월 선착순 접수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현재까지 수강한 어르신만 80여 명에 달한다.


김홍수 달성군 남부노인복지관장은 "단순한 '기계 교육'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다시 사회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는 '자존감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배움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강의실이 늘 활기차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어르신들이 언제든지 와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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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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