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페레이둔 아바시(66)는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때 사망한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핵심 인물이다. 이스라엘은 200대의 전투기와 무인기를 띄워 이란의 주요 핵시설과 요인을 타격하였다. 100군데 타격에 78명이 사망하고 320명이 부상당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이란군 참모총장 모하마드 바게리 등 군사령관과 페레이둔 아바시, 모하마드 테헤란치 등 핵과학자가 대부분 자택에서 폭사하였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그들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바시는 2010년에도 죽을 뻔 했다. 아내와 테헤란에서 출근하는데 한 오토바이가 오더니 무언가를 운전석 차문에 부착하고 사라졌다. 그 물체에서 재깍재깍 소리가 나서 본능적으로 차에서 아내와 같이 뛰어내렸다. 차는 곧 화염에 휩싸였고 부부는 큰 부상을 입었다. 동료 교수 한 명은 같은 수법에 목숨을 잃었다. 이때 이들이 탔던 차는 현재 테헤란국방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바시는 평생 이슬람혁명수비대 정신으로 살아왔다. 그는 1979년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을 미국의 쿠데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당연한 거사라고 말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핵물리학 교수를 역임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란원자력기구 소장을 지냈다. 그 동안 그는 국제원자력기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핵무기개발설은 이스라엘이 침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2020년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옹호하였으며, 현재는 해외에서 핵물리학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니 자력으로 꼭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국제적으로 제재를 받는 인물 명단에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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