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통산업 지각변동]<중>대형마트의 선택과 집중
신선도 중요한 식료품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만의 경쟁력 확보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 대표적…쇼핑 자체를 하나의 즐길거리로

홈플러스 전국 1호점이었던 대구 북구 칠성동 옛 대구점 부지가 철거가 중단된 채 2년 넘게 방치돼 있다. <영남일보DB>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을 오픈했다. <이마트 제공>
대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 유통업체는 단연 '마트'다. 전체 대형 유통업체 34개곳 중 19곳이 마트로, 지역 대형 유통업체의 56%를 차지한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생활권과 밀접해 있어 '실물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하지만 그 만큼 내수에 직격탄을 맞는 업계이기도 하다. 대구의 경우 오는 8월 홈플러스 내당점이 폐점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5년 사이 5곳이 문을 닫게 된다. 지역 대형마트 4개 중 1개 꼴로 사라진 셈이다.
◆온라인에 밀리는 마트…신선식품에 '집중'
최근 대구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강화와 함께 경쟁력 있는 가격, 특화공간 구성 전략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 모델들이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전하는 탓에 단순히 '싸고 많은 물건을 파는 장소'로 고객들에게 어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 문을 연 식료품 특화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이 그 예다. 1년 내내 식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그로서리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을 표방 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은 격변하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정면 돌파할 성장 동력으로 이마트가 새롭게 선보인 '가격 혁신' 모델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차세대 미래형 매장이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매장 곳곳에는 상권과 트렌드를 반영한 특화존도 배치해 차별화를 꾀했다. 고물가 시대 혜자템으로 각광 받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인기 상품들을 모은 '트레이더스존'과 유기농, 무농약 등 오가닉 상품에 특화된 '미니 자연주의존'뿐 아니라 세계 맥주·와인·위스키 등 주종을 망라한 주류 전문 '와인&리큐르존', 고객 취향에 맞게 소분 가능한 가성비 '대용량 육류존' 등도 대거 마련됐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칠곡점도 지난해 9월 메가푸드마켓 31호점으로 새단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먹거리·신선식품 강화 △비식품 특화존 구성 △몰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리뉴얼했다. 비(非)식품 매장은 중·장년층들의 구매 소요가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특화존 구색을 보다 강화했다. 주방 특화존인 '키친웨어(Kitchenware)'부터 홈플러스 의류 브랜드, 이너웨어, 자동차용품 매장도 새롭게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대구에 만들어진 두 마트에서 알 수 있듯, 온라인 쇼핑과의 차별화를 두고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쇼핑 자체를 '즐길 거리'로 만드는 모양새다. 온라인의 경우 가격은 싸고 편리하지만, 직접 보고 고를 수 없는 데다가 공간 만족감을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경험과 품질 중심의 소비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이제는 고객이 와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다보니 오프라인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신선식품은 고객들이 눈으로 직접 본 후 구매를 결정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 때문에 신선식품과 같은 먹거리를 강화하고, 재미나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행 따라가지 못하면 '폐점'...스러져가는 지역 마트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대구에서 사라진 마트는 4곳이다. 2021년 2월 롯데마트 칠성점을 시작으로 같은 해 홈플러스 스타디움점과 이마트 감삼점, 홈플러스 대구점이 연이어 폐점했다. 대형 유통업체 브랜드마다 1개씩 폐점한 셈이다.
이들 대형마트가 연이어 폐점한데는 당시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 패턴의 변화와 함께 대형마트의 경영 악화, 온라인쇼핑 확대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인 터라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 감소와 함께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형마트들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이탓에 대구에서도 홈플러스1·2호점(스타디움점·대구점 포함) 등 주요 점포가 폐점 대상이 됐다.
여기에 쿠팡, 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확산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 수요를 빠르게 잠식했다. 이로 인해 많은 매장이 경영 부진에 시달렸고, 이익 없는 점포는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마트가 홈플러스다.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임차료 부담 감소와 현금 확보를 위해 비효율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해 자산 회수를 진행하면서 실제 2021~2023년에 걸쳐 대규모 점포 폐쇄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 3월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잠재적 자금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고, 그 여파로 8월 홈플러스 내당점 폐점까지 포함하면 5년 사이 대구에서만 3개 홈플러스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 홈플러스 동촌점도 임대차 계약 해지를 추가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머지 대구지역 홈플러스 매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동촌점은 폐점 가능성이 제기됐을 뿐 아직 확실하진 않다. 다만 칠곡점의 경우 지난해 메가푸드마켓으로 변환했기 때문에 폐점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남아있는 매장을 통해 홈플러스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지역의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신선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소비자의 근거리에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역만의 신선식품을 발굴하거나 온라인을 뛰어넘는 신속성을 갖추는 것이 그 예다.
대구대 이진화 교수(경영학과)는 "소비자들의 생활이 바뀌는데다가 식료품 조차도 대형 온라인 유통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면서 "지역 소비자들과 근거리에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지역에서 조달하고 수급할 수 있는 신선식품을 발굴하거나 근거리 배송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는 등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요소들을 공략하는 것이 대형마트의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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