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전선 영향에 강수 편차 커져
전문가들 “올해 장마, 폭우 중심 양상 뚜렷”
좁은 구간 강한 비 집중돼 국지적 피해 우려
북구 함지산 등 산불 피해지 산사태 위험
예상 기온, 강수 분포도. 대구기상청 제공
함지산 산불현황. 대구 북구청 제공
18일 오후 대구 북구 조야동 함지산 기슭. 지난 4월 산불이 할퀴고 간 등선마다 검게 탄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캐한 탄내가 미세하게 섞여 들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지력을 잃은 잿빛 흙이 푸석거리며 무너져 내린다. 산 아래쪽 계곡부에는 최근 급히 쌓아 올린 커다란 돌무더기인 '골막이' 시설 12곳이 층층이 늘어서 있다. 장마를 이틀 앞두고 산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려올 토사를 막아낼 최후의 저지선이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 이 모 씨(67·북구 조야동)는 집 앞마당에서 산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무가 살아있을 때는 비가 와도 흙이 씻겨 내려오는 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산 전체가 숯덩이라 비만 오면 마을로 진흙이 들이닥칠까 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실제 함지산 일대는 축구장 360개 면적인 260㏊가 소실되면서 빗물을 머금어 줄 '녹색 댐'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대구기상청은 20일 새벽부터 대구·경북이 본격적인 장마 영향권에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장마는 시작부터 짧은 시간에 폭우를 퍼붓는 '양성형 장마'의 특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당일 예상 강수량은 대구 5~40㎜, 경북 북부 내륙 10~50㎜ 내외지만, 정체전선 내부의 강한 구름대가 특정 지점에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를 쏟아낼 수 있다는 경고가 덧붙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규칙한 강수 패턴이 산불 피해지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공학과)는 "최근 장마는 전국에 고르게 내리는 약한 비 대신, 좁은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가 급격히 소강상태를 보이는 형태"라며 "특정 구역은 시간당 100㎜ 이상의 물폭탄이 떨어지는 반면 인접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극단적 강수 분포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자체는 방어막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구청은 토사 유출 우려가 큰 조야동 일대를 중심으로 위험 수목 186그루를 선제적으로 베어냈고, 경북도는 안동·의성·영덕 등 동북부 산불 피해지 64개소에 방수포를 덮고 물길을 돌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551개 마을을 대상으로 '12시간 사전예보제'를 가동해 주민들이 침수나 산사태 전 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범정부 차원의 관리도 강화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시간 농업재해대책상황실 운영을 시작했으며, 과거 침수 흔적이 깊은 포항 등지에는 현장 대응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장마는 최소 2주 이상 불규칙하게 이어질 전망"이라며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대피 안내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경모(대구)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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