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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경북 구미 다온숲] 쓰레기 매립장이 도심 숲으로… 6월이면 형형색색 수국의 향연

2025-06-19 19:42
느티나무길 사면에도 온갖 수국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다온숲에서는 17종의 수국을 볼 수 있고 파랑, 빨강, 보라, 분홍, 하양 등이 다 있다.

느티나무길 사면에도 온갖 수국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다온숲에서는 17종의 수국을 볼 수 있고 파랑, 빨강, 보라, 분홍, 하양 등이 다 있다.

연분홍의 나비바늘꽃이 숲의 입구를 연다. 하늘거리는 것들을 날개인양 펼쳐 드리우고 대관식의 왕처럼 계단을 오른다. 온갖 색상의 수국들이 몸을 낮추어 예를 표하고, 저 먼 맞은편의 수국들은 테라스의 관중들처럼 호기심과 기쁨의 몸짓으로 벌떡 일어나 왕의 입장을 정면으로 경배한다. 아, 꽃들이 너무 화려해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 틀림없다. 꽃들이 왕이다. 꽃잎하나 이파리 하나도 수굿하지 않다. 모두가 흡족한 얼굴을 어엿이 치켜들고 신선한 숨을 쉰다. 햇볕은 뜨거운데, 꽃 속의 몸이 덩달아 새뜻해진다.


구미 다온숲은 2023년에 개장했다. 인동 천생산의 한 자락이 북북서로 달려 낙동강 지류인 한천으로 내려서기 직전 골짜기의 오목한 땅이다.

구미 다온숲은 2023년에 개장했다. 인동 천생산의 한 자락이 북북서로 달려 낙동강 지류인 한천으로 내려서기 직전 골짜기의 오목한 땅이다.

구미 다온숲의 꽃담원. 그라스원, 암석원, 목백합길, 수직정원, 수국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다온숲의 기존 수국원과 연계해 수국이 특화되어 있다.

구미 다온숲의 꽃담원. 그라스원, 암석원, 목백합길, 수직정원, 수국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다온숲의 기존 수국원과 연계해 수국이 특화되어 있다.

◆ 수국의 계절, 구미 다온숲


'구미 다온숲'은 2023년에 개장한 도심 숲이다. 인동 천생산의 한 자락이 북북서로 달려 낙동강 지류인 한천(漢川)으로 내려서기 직전 골짜기의 오목한 땅이다. 숲은 크게 타원형을 이루는데 남쪽으로 고도가 높아지는 형세다. 대지의 곡선을 따라 왕벚나무길,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아카시아길, 대나무길, 이팝나무길, 하늘정원 길, 억새원, 수국원 등이 타원형의 가장자리를 따라 상승하며 이어진다. 가장 높은 둥근 잔디밭은 하늘 바람 광장이고, 그 가운데를 직선으로 활공하는 길은 에메랄드그린 길이다. 구미 다온숲에는 49종 2만5천68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 27종 53만6천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여름 꽃 수국의 명소로 조금씩 유명해지는 중이다.


숲의 첫 공간은 '꽃담원'이다. 다온숲의 '도심숲 정원'으로 '지역맞춤형 1호 정원'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뭔가 아리송하다. 꽃담원은 낮고 짧은 돌담과 벽돌담이 정원을 구획하고 동선을 유도한다. 그에 따라 그라스원, 암석원, 목백합길, 수직정원, 수국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쪽의 작은 장미꽃밭도 반갑고 돌담 곁에 슬쩍 피어난 노란 나리꽃도 어여쁘다. 특히 꽃담원은 다온숲의 기존 수국원과 연계해 수국이 특화되어 있다. 느티나무길 사면에도 온갖 수국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꽃 앞에 앉은 사람들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


수국원. 구미 다온숲에는 49종 2만5천68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 27종 53만6천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여름 꽃 수국의 명소로 조금씩 유명해지는 중이다.

수국원. 구미 다온숲에는 49종 2만5천680그루의 나무와 초화류 27종 53만6천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여름 꽃 수국의 명소로 조금씩 유명해지는 중이다.

수국은 다 수국인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이름이 많다니. 올 썸머 뷰티, 핑크 아리, 엔들레스 썸머. LA드림, 팝업, 모닝스타, 베레나, 핌퍼넬 등 하나같이 처음 듣는 이름들이다. 품종은 수백에 이른다고 한다. 꽃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처음엔 초록이 살짝 비치는 흰색에서 파란색, 보라색, 분홍색 등으로 변한다. 토양에 따라 빛깔도 달라진다. 흙이 산성일수록 파란색, 중성 이상이면 분홍 또는 붉은 꽃이 핀다. 산성에서 점점 중성으로 올라갈수록, 보라색, 자주색, 옅은 자주색, 분홍색으로 변한다. 품종에 따라서 색깔이 고정되는 경우도 있다. 보랏빛 수국의 꽃말은 진심 또는 깊은 이해다. 하얀 수국은 순수함, 첫사랑, 핑크색 수국은 사랑, 고백, 설렘, 소녀의 꿈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파란 수국의 꽃말은 냉담, 무정, 변덕, 냉정함이다. 다온숲에서는 17종의 수국을 볼 수 있고 파랑, 빨강, 보라, 분홍, 하양 등이 다 있다. 현재 만개한 종이 있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종도 있고, 가을까지 피었다 졌다 반복하는 종도 있다고 한다.


수국은 물을 좋아한다. 물을 좋아해 장마와 함께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자로 '물 수(水)'에 '국화 국(菊)' 자를 쓴다. 수국의 속명인 히드란게아(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하이드로(hydro)'와 그릇을 뜻하는 '안게리온(angerion)'이 합쳐진 말로 즉 '물그릇'이라는 의미다. 수국원 산책길의 야자매트가 질척질척하다. 꽃들의 얼굴이 빵긋빵긋한 것을 보니 아침부터 얼마나 물을 줬는지 알겠다. 이해인 수녀님은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수국을 보며)'라고 했다. 이 뜨거운 날, 정말 땀이 흐르지 않는다.


공장 앞 애벌레 모양의 연못은 '미러 폰드'라 불린다. 이름대로 하늘과 주변을 거울처럼 비춘다. 연못 앞은 단풍나무원이다.

공장 앞 애벌레 모양의 연못은 '미러 폰드'라 불린다. 이름대로 하늘과 주변을 거울처럼 비춘다. 연못 앞은 단풍나무원이다.

◆ 쓰레기 매립장에서 바람길 숲으로


수국원 꽃길 지나 하늘 바람 광장으로 오른다. 숲의 가장 꼭대기 구석에 '매립가스발전소'가 있다. 운영을 멈춘 듯 조용하다. 공장 앞 애벌레 모양의 연못은 '미러 폰드'라 불린다. 이름대로 하늘과 주변을 거울처럼 비춘다. 단풍나무원에는 다온숲의 변천사와 조감도 등의 보드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다고 한다. 1988년 매립지 승인이 났고, 1990년에 면적 12만3천여㎡로 건립됐다. 이후 청소차 약 35대가 하루 평균 약 170톤의 생활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10여년이 지날 즈음 인근 주민들은 바리게이트를 치고 청소차의 출입을 막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만큼 악취와 먼지가 심했다. 그러자 구미시는 꽃과 나무를 심고, 잔디밭을 조성하고, 가스 포집관 및 침출수 차집 시설 등을 갖추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쓰레기매립장은 17년간 232만여㎥의 쓰레기를 묻고 2007년 매립 사용이 종료됐다. 2010년에는 매립가스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매립가스의 약 50%를 차지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하늘바람광장 잔디밭에 매립가스 간이 소각기 2기가 철제 케이스로 둘러싸여 조형작품처럼 서 있다. 다온숲의 소각기는 현재 가스분출이 없어 중단된 상태다.

하늘바람광장 잔디밭에 매립가스 간이 소각기 2기가 철제 케이스로 둘러싸여 조형작품처럼 서 있다. 다온숲의 소각기는 현재 가스분출이 없어 중단된 상태다.

다온숲 이곳저곳 땅에 우물모양으로 박혀 있는 것은 '가스 포집정'이다. 매립가스가 외부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포집하는 장치로 지금은 수집 가스가 거의 없어 중단된 상태다. 얼렁뚱땅 로켓처럼 생긴 원통형 굴뚝은 '매립가스 간이 소각기'다. 매립 가스를 포집해 외부로 유도한 후 소각하여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설로 이 또한 작동이 중단된 상태다. 하늘바람광장 잔디밭에 소각기 2기가 서 있다. 철제 케이스로 둘러싸여 꼭 신기한 조형작품 같다. 신기하다. 나는 일생 쓰레기를 만들 텐데, 그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지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에메랄드그린이 늘어선 길 너머 멀리 은빛의 아파트단지가 반짝반짝한다. 저곳의 사람들은 다온숲 덕에, 또 한천 덕에 천생산의 신선한 바람을 창으로 들이겠지.

에메랄드그린이 늘어선 길 너머 멀리 은빛의 아파트단지가 반짝반짝한다. 저곳의 사람들은 다온숲 덕에, 또 한천 덕에 천생산의 신선한 바람을 창으로 들이겠지.

'바람길 숲'이라는 것이 있다. 독일의 공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된 공기 정화 방식이다. 분지 형태 도시에 열섬현상이 심해지자 산지의 바람이 도심으로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숲길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도시 외곽의 차고 신선한 공기가 바람 길을 따라 도심 중앙부로 불어 오염물질을 밀어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바람길 숲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구미시는 '2019년 미세먼지 저감 바람길 숲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구미 다온숲'이다. 천생산에서 생성된 바람은 다온숲을 딛고 확산되어 한천을 타고 낙동강으로 연결되면서 구미 곳곳으로 퍼진다. 천생산 뿐 아니라 금오산, 북봉산 등 구미 외곽의 대규모 산들이 같은 역할을 한다. 에메랄드그린이 늘어선 길 너머 멀리 은빛의 아파트단지가 반짝반짝한다. 저곳의 사람들은 다온숲 덕에, 또 한천 덕에 천생산의 신선한 바람을 창으로 들이겠지. '다온'은 '모든 좋은 일들이 다 온다'는 순 우리말이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55번 중앙고속도로 안동방향으로 간다. 가산IC에서 내려 상주, 선산, 구미방향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신장교차로에서 오른쪽 학하리, 장천 방면으로 빠져나가 좌회전한다. 4공단로를 타고 약 6.5km 직진하면 왼쪽 고가도로 교각아래 '구미다온숲' 입체간판이 보인다. 고가도로 아래에 제1주차장, 조금 올라가면 꽃담원 앞에 제2주차장,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정상의 미러폰드 옆에 제3주차장이 있다. 입장과 주차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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