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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폭탄 현실화…철강도시 포항 경제 ‘직격탄’

2025-06-23 17:43

포항 수출 61% 차지 철강 5월 15.2%↓
포항 중소 철강업체 생존 위기 내몰려
일본은 공격적 美 업체 인수로 대응
포항 시민·업계 “국가 차원 해법 절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포스코 제공>

미국의 대(對)한국 철강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철강산업에 의존해 온 포항 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졌다.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전년 대비 16.3% 감소하고, 단가 또한 9.4%나 급락하는 등 국내 철강을 정조준한 경제 파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5월 기준 3억2천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수출량은 유지됐지만, 수출 단가는 t당 1천295달러로 떨어져 지난 4월에 비해 14.6%나 하락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철강업체들이 마진을 줄이며 수출을 유지한 결과로 분석된다.


포항세관이 최근 발표한 5월 지역 수출입 동향도 이를 반영한다. 전체 수출은 전년보다 7.4% 증가했으나, 지역 전체 수출의 61.1%를 차지하는 철강금속제품 수출은 15.2% 감소했다. 미국 수출 역시 15% 줄어 포항 철강산업에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포항소재 제철소 일부 공장을 폐쇄하거나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가동을 멈춘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포항2공장도 지난 7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설비 투자 축소로 중소 철강업체들은 일감 부족에 신음 중이며, 지역 내 공장 가동률은 60~70%대로 떨어졌다.


포항지역 경제의 타격은 고용과 상권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 조사에서 53.5%의 기업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도 감소세다. 중앙상가 공실률은 최대 40%에 달하며,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포항 지역의 소규모·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의 두세 배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4일부터 한국산 부과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함에 따라 하반기 대미 수출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가져올 시장 재편에도 주목한다. 일본은 고급 기술력과 미국 내 생산·유통망을 결합해 관세를 우회하는 전략을 가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인수에 동의를 이끌어낸 외교적 설득력도 돋보인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내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상업 가동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어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크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철강 관세 협상에서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영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혜국 대우 수준으로 낮춘 반면, 한국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미국은 철강을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철강산업을 단순 민간 경쟁이 아닌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다. 포항이 미국의 러스트벨트처럼 몰락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업계는 전기료 인하, 국산 철강 사용 확대,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포항의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처럼 철강도 보호 산업으로 다뤄야 할 때"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이 국가 전략을 재정비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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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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