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에서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300만~4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맨발걷기 열풍이 분 이후에는 방문객 상당수가 신을 벗고 걷는다. 흙길이어서 맨발로 걷기 좋은데다 수시로 고운 흙을 뿌리고 굵은 모래와 나뭇가지 등 장애물을 제거해 문경새재는 '맨발로 걷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옛길'이 됐다.
그런데 관광 성수기를 맞은 요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재가 점점 걷기 불편한 길로 만들어지고 있다. 소리 높여 음악을 틀고 수시로 오가는 전동차 때문이다. 전동차 운행 초기에는 옛길박물관에서 오픈세트장까지만 왕복했으나 얼마전부터 2관문까지 운행 구간을 늘렸다. 오픈세트장까지는 길이 넓고 차도와 보행길이 구분돼 있어 전동차가 걷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오픈세트장부터 2관문까지는 걸어가는 사람들만해도 복잡한 길이다. 전동차는 경적 대신 큰 음악소리를 내면서 그 넓지 않은 길 가운데를 달린다. 처음에는 문경관광공사 홈피에 게시한 대로 하루 4회만 운행했으나 요즘에는 수시로 오간다. 전동차 2~3대가 줄을 지어 다니기도 한다. 맨발로 걷다가 전동차를 급히 피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차를 타고 앉아서 가는 편리함은 걸어가는 사람의 자부심을 희석시키고, 걷고자 하는 건강한 의지를 꺾는다. 문경시가 전동차를 운행하는 목적은 보행 약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그러나 그 목적이 '걷기 좋은 길'이라는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문경새재는 전동차 타기 좋은 곳이 아닌 걷기 좋은 길로 남아야 한다. 이하수 기자/중부지역본부 부장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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