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명칭 하나 갖지 못하고
정체성 잃은 ‘미완의 신도시’
안동·예천 통합 감정 대립 속
2단계 개발마저 좌초될 위기
이젠 ‘함께할 것’을 찾아가야

경북본사 부장 장석원
"이름도 없는데 어떻게 하나의 도시가 되겠습니까." 최근 경북도청신도시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내년이면 신도시가 조성된 지 10년이 되지만, 여전히 '명칭', '방향', '주거 기반'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과 예천의 경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야심차게 출범한 행정복합도시, 경북도청신도시. 그러나 '도청신도시'라는 기능적인 명칭은 임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채, 10년이 다 되도록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할 고유한 이름을 갖지 못했다.
경상북도는 2015년 5월, 도시 명칭을 동천, 예안, 퇴계 3개 후보로 압축했지만, 1위로 선정된 퇴계의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동천은 안동과 예천에서, 예안은 예천과 안동에서 한 글자씩 따온 이름이며, 퇴계는 퇴계 이황 선생의 호를 딴 것이다. 당시 안동과 예천에서 유래한 안천이라는 이름도 거론되기도 했다.
이처럼 도시 명칭을 둘러싼 논의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결국 공론화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하나의 생활권을 목표로 건설된 도시가 오히려 안동과 예천 두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는 구조가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정체성과 소속감의 출발점이자, 미래를 설계할 브랜드의 근간이 된다. 이름 없이 10년을 버텨온 만큼, 더 이상 명칭 문제를 늦출 수 없다. 고유한 이름 없이 성장하는 도시는 공동체의 뿌리 또한 얕을 수밖에 없다.
명칭 문제는 '안동·예천 통합론'이라는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통합 찬성 측은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반대 측은 이들을 비난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론자들은 생활권이 하나이므로 행정구역 또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면에는 흡수냐 병합이냐, 주도권 다툼이냐 협력이냐를 둘러싼 미묘한 감정적 대립이 존재한다.
예천 측은 "도청은 안동에 있지만, 신도시의 핵심 기반 시설은 예천 땅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동 측은 "행정의 중심은 안동이며, 신도시 정체성은 도청에서 시작된다"고 맞서고 있다.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정책보다는 자존심이 부딪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합은 해법이 아닌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누가 통합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도시 2단계 아파트 건설 계획마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지역 도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사업자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어 수천 세대 공급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주거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입주 지연은 학교, 도로, 상업 시설 등 기반 시설 확충의 지연으로 이어져 도시의 자생적인 성장 동력 자체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0년 이상 인류를 괴롭혀 온 난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문제를 '무한한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경북도청신도시의 명칭, 안동·예천 통합, 2단계 개발 문제를 무한한 연속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도시의 완성은 사람이며, 사람이 없으면 공동체, 문화, 경제 모두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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