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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300억 들여 수성못 망치려 하나”

2025-08-18 08:05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필자가 7월 21일자 본란에 쓴 '예산 낭비와 부족'이란 제목의 칼럼이 나간후 참 많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대구 수성못에 300억원이 투입되는 수상공연장이 들어선다는 내용이 칼럼에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들이었다. 대구 국회의원, 전 수성구청장, 전 수성구 부구청장,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공통된 말은 수상공연장 건설 반대였다.


필자는 33년째 수성못 인근지역에 살고 있기에 수성못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너무 잘 안다. 수성못에 애정과 추억을 가진 수 많은 대구시민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수상공연장에 대한 관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수성구청이 올해말 착공하겠다는 수상공연장은 '무대는 물위에, 관람석은 땅위에' 있는 일반적인 수상공연장과는 다르다. 관람석과 무대 모두 물위, 즉 수성못 안에 설치된다. 관람석이 1천200석이나 되는 3천평 크기다.


축구장 1.5배 크기 수상공연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면적만큼 수성못을 매립하거나, 콘크리트 혹은 쇠로 된 강력한 지지대를 물 속에 세워야 한다. 매립하든 지지대로 받치든 수성못 수면이 3천평 줄어드는 것은 같다. 지금도 작은 수성못을 300억원이나 들여가며 더 작게 만드는 것이다. 수상공연장을 짓게되면 화장실이나 주차장 등 부대시설도 갖춰야 해, 수성못 주변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그런데 이미 수성못에는 수상공연장이 1개 있다. 또 버스킹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6곳이나 된다. 수성못 바로 옆의 상화동산에는 큰 무대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 무대를 설치해 여는 축제는 많다. 수성못 인근 식당가에 있는 야외공연장 '울루루문화광장'은 조명과 음향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다. 이 공연장에서 걸어서 1~2분이면 수성못에 도착한다. 수성못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2년전에 1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수성아트피아라는 멋진 공연장도 있다. 지금도 수성구청이 만든 공연장이 넘쳐나는 곳이 수성못 일대다.


수상공연장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니 벤치마킹 대상부터 잘못됐다. 수성구청이 모델로 삼은 수상공연장은 인구 3만명이 안되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브레겐츠에 있는 호수 공연장이다. 그 수상공연장은 유럽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 콘스탄츠에 들어서 있다. 수성못보다 2천500배나 큰 호수다. 인구 230만명이 넘는 대구의 작은 인공 못이 모델로 삼기에는 지리적·문화적 환경이 달라 적합하지 않다.


수상공연장 건립 추진 과정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은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성못은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면서 힐링하는 휴식처다. 수성구민뿐 아니라 대구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수성구에 있다고 수성구청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수상공연장 건설은 수성못 모습을 크게 달라지게 하는 것으로, 수성못의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수성못 수면을 좁혀서 수상공연장을 짓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수성구청뿐 아니라 사업비중 100억원을 부담하는 대구시청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연 적이 없으니 모르는게 당연하다.


공청회를 열면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 입에서는 "300억원을 들여 수성못을 망치려 하느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난 이후 착공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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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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