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2016년부터 얼어붙은 한·중 관계에 9년만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TV 대형화면 및 라디오·영상 콘텐츠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로 해석된다. K팝 걸그룹 '케플러'도 9월 푸저우에서 콘서트를 연다. 푸저우가 속한 푸젠성(省)에서 허가했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특성을 고려하면 중앙 정부 허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다면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다. 양국 정상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한한령이 이어진 지난 9년 동안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것은 물론 싹쓸이해가던 K제품은 구매자를 잃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도 눈물을 머금고 철수했다. 한국 문화산업 기업 투자는 물론 한국 가수 공연 등 한류열풍을 불러왔던 K문화도 된서리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도 2023년 처음 적자를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 69억달러 적자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관세협상 등 대(對)중국견제에 나선 미국에게 중국과의 화해무드가 '양다리 외교'로 비쳐질 수 있지만, 우리는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시 주석과 통화 후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한령 해제와 10월 말 APEC 정상회의를 동맥경화에 걸린 한중교류의 숨통을 튀울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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