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은 끝났으나, 해고 노동자 고용승계는 여전히 불투명
한국니토옵티칼 대표 출석 정치권 검토 수준에 그쳐
이재명 대통령 문제해결 강력 의지 위안

정부의 옵티칼 노사교섭 개최 약속·먹튀방지법 약속 선언 및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이 지난달 29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열리고 있다. <박용기 기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달 29일 열린 정부의 옵티칼 노사교섭 개최약속·먹튀방지법 약속 선언 및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옵티칼 투쟁은 끝난 게 아니라 고공에서 땅으로,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투쟁의 장소가 바뀌는 것뿐"이라며 "이제 약속대로 민주당과 정부가 박정혜의 투쟁을 이어달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2012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고공농성을 했다.<박용기 기자>
박정혜 부지회장이 600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왔지만, 박 부지회장 포함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남은 해고 노동자 7명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이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전혀 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이 내놓은 안도 공청회나 국정조사를 통한 한국니토옵티칼 대표 출석 및 노사협의 테이블 마련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은 지난 6월 16일 국민 5만 명 이상이 서명해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 회부됐지만,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현실적으로 공청회보다는 국정감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먹튀 방지법 추진도 경영계의 반대가 예상된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전체 지분을 소유한 일본 니토덴코는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자, 그해 11월 일방적으로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화재 보험금으로 최소 525억원을 받았지만, 노동자들은 2023년 2월 집단해고됐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한 니토덴코는 구미 공장 물량을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 생산을 계속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노동자 156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는 없었다. 지난 5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4억2천24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부지회장의 고공농성 투쟁으로 외국 투자기업의 고용 '먹튀'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지나친 규제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대 의견 역시 만만찮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전국금속노조와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7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소송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도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대 단체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가 현재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박정혜 동지의 고공농성 600일이라는 고통의 시간은 한국옵티칼 노동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렸고 정의와 책임을 외면한 자들에게는 부끄러움을 안겼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이제는 땅에서 더 치열하게 더 넓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단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만, 포기하고 내려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겪은 고통과 해고가 아무 일 없는 듯 묻혀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박정혜 부지회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마지막 말이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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