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에서 형사기동대 이승수 마약범죄수사계장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전국에 마약 유통해온 국내 최대 규모 조직의 검거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이번 수사를 통해 총 57명을 검거하고 20여 kg의 마약류와 30억 원 상당의 금품을 압수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규모 마약 조직 총책 6명 등 일당 수십명이 최근 대구경찰(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계)에 덜미가 잡혔다. 대구경찰이 한 마약 운반책을 붙잡은 게 단초가 돼 수사가 확대됐다. 검거된 인원만 57명에 이른다. 이중 17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온라인 유통망을 이용해 전국 곳곳 수천개에 달하는 도심가에 마약을 마구 뿌려됐다. 압수된 마약류만 무려 26.6㎏으로, 약 4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들의 범죄 행위를 상세하게 들여다봤다.

마약 유통·판매 총책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3.45kg, 현금 20억원, 10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들. 대구경찰 제공
◆마약 유통·판매 총책 '철처한 비대면 원칙'
이번에 붙잡힌 대규모 마약 조직 총책은 모두 6명. 총책들 연령층은 20~30대. 이들 총책의 우두머리는 20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외국에서 국제택배로 마약류를 밀수한 뒤, 이를 국내로 유통·판매했다. 총 3개 텔레그램 마약류 판매 채널 등 대규모 마약 온라인 유통망을 형성해 범행을 저질렀다. 총책들이 각자 맡은 역할은 다양했다. 마치 '기업체'처럼 2교대 연중 무휴로 일하며 △사무실 운영비용 지출 등 전박적인 관리 △마약류 판매 △범죄수익 현금화 △운반책 모집·관리 △밀수입 마약류 매수 △구매자 관리 등 역할을 분담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해외 밀수책, 운반책, 구매자들과 직접적 만남은 하지 않았다. 오롯이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 받았다. 특히, 자신들은 먀약류를 투약하거나, 직접 취급하지도 않았다. 온라인 유통망의 최정점에서 이익만을 취해 왔다.
1년간 이들이 받아 챙긴 범죄 수익금만 수십억원.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대부분 유흥비, 고급 외제차량, 명품시계 구입 등에 사용했다.

마약 운반책으로부터 압수한 합성대마 12kg, 케타민 1.2kg, 대마초 885g. 대구경찰 제공

마약 운반책으로부터 압수한 케타민 4kg. 대구경찰 제공
◆홍보 대행과 운반책…전국 2천여개소 마약 은닉
마약을 온라인으로 유통·판매하기 위해선 이를 홍보할 대행업자들이 필요했다. 불상의 텔레그램 홍보업자와 구글 등 인터넷 홍보업자 등이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매월 수십만원의 홍보비를 정기적으로 받아 챙기며 마약 관련 홍보에 열을 올렸다. 현재 경찰은 이들 홍보대행업자에 대한 추적 수사(마약류 광고 및 판매 방조 혐의 등)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마약류 홍보를 통해 접근한 구매자들에게 마약을 전달한 운반책은 29명. 이들조차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텔레그램을 통해 모집됐다. 운반책들은 전국 2천여개소에 마약류를 은닉하도록 지시받았다. 마약 구매대금이 확인되면, 마약 은닉 좌표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을 활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계량기, 초인종, 비상구 등 은닉 장소는 다양했다. 특히, 야산 내 특정 장소에 숨겨둔 마약을 수거해 소분한 뒤, 주택가 등에 다량 은닉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 조직 내 운반책들에 대한 '프로필' 검증도 이뤄졌다. 신분증·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 제출은 물론, 고용 면접까지 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앞서 운반책들은 마약류 은닉이 편하고 추적을 피하기 좋은 장소에 대해 교육 받았다. 이와 함께 마약 은닉 시, 배달부 복장 등을 착용할 것과 은닉 장소 좌표를 만드는 법까지 교육시켰다. 이들은 건당 1만~3만원의 운반비(가상자산 활용)를 챙겼다.
◆구매자 관리 철저…범죄 수익금은 가상자산으로
이번에 검거된 마약 구매·투여자는 모두 17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텔레그램사와의 공조를 통해 이번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이들만 1천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마약 조직은 '구매자 리스트'를 제작해 이들의 구매기록과 특이사항 등을 기록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회원을 관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단골 구매자에겐 밀수한 새 마약 샘플을 테스트하는 기회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류가 분실돼 배송되지 않은 경우엔 이른바 'AS 처리'까지 해주며 구매자들을 관리했다.
마약 거래는 철저히 현금으로만 이뤄졌다. 구매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전달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금을 받아 챙겼다. 이를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 마약 대금 연결고리 역할은 물론 운반책들의 운반비 전달 역할을 할 거래업자가 필요했다. 이 범행에 가담한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총 4명. 구매자들이 무통장 입금 등으로 마약 구매 대금을 입금하면 수수료(3~8%)를 제외한 가상자산을 판매자의 전자지갑으로 송금했다. 현재 이들은 특정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마약 대금 세탁에 적극 가담한 1명에 대해선 마약류 판매 방조 혐의까지 적용됐다.
대구경찰은 판매·유통 총책 검거 당시, 주거지 금고 등에 수억원의 현금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자금세탁에 관여한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구경찰청은 "형사기동대 및 경찰서 마약팀 형사 116명을 동원해 3일만에 전국 2천여개소에 은닉한 마약류 3.5㎏를 수거했다. 앞서 총책들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23.1㎏까지 합치면 모두 26.6㎏ 상당이다. 이를 포함해 1년여간 유통·판매되거나 투약한 전체 마약류만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 조직 중 총책과 운반책 등이 이 정도 대규모로 검거된 사례는 없었다. 최근 마약류 범죄에서 온라인 마약시장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이들 조직 모두를 와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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