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대구시장 선거 달아올라
자천타천 넘쳐나는 시장 후보
비수도권의 아픈 현실 이해하고
달콤한 말 멀리하는 지혜 갖춘
진정 멋진 대구시장 만날 수 있길

노진실 사회1팀장
대구시장 선거 분위기가 벌써 달아올랐다. 정치권의 '카더라 통신'에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대구시장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마도 전임 대구시장의 중도 사퇴로 시장직이 공석인 것이 '조기 과열'에 영향을 준 듯 하다.
과연 누가 차기 대구시장이 될까.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대구시민이 누구를 시장으로 선택하든,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다만, 대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관찰하고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은 있다. 차기 대구시장의 철학이나 능력에 따라 내 삶의 터전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죽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
15년 기자 생활을 하며 가장 뼈저리게 아프고 바라게 된 점이다. 만약 차기 대구시장이 오랜 서울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잘 이해 못할 부분이다.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원도 한도 없이 생의 마지막을 맞는 건, 비수도권 지역민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빅5 병원은 왜 다 서울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져 본 사람이 대구시장이 돼야 한다. 그런 사람이어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자신의 임기를 바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타인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한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 차기 대구시장에겐 취임과 동시에 시장 공백기를 점검하는 중책이 맡겨진다. TK신공항과 취수원 이전 등 핵심사업은 물론, 전임 시장 시절 추진된 정책과 관련해 공정하고 냉철한 판단이 요구될 것이다. 때론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리더의 권위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제 자신과 측근에게 엄격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시민은 그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개혁은 실패하게 돼 있다.
셋째, 본인 혹은 그 가족이 대구에 오래 살아봤거나, 살아갈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 그런 사람이 대구의 현실적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 내 부모, 내 자식이 이 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생활한다면 '대구를 이렇게 놔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괜찮은 직장, 기회가 없어 정체된 도시가 아닌, 기회와 가능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사람이 대구시장이 되길 바란다.
넷째, 달콤한 말보다 쓴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점이다. 단체장은 자칫 자신이 '소왕국의 왕'이라는 착각과 오만에 빠지기 쉽다. 당선과 동시에 '용비어천가'가 넘쳐날 테니까. 그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자가 지혜로운 자다. 지혜로운 자에겐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뒤따른다.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장은 그 어떤 정치권력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는 곧 대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내년 6월, 대구시민은 또 한번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물론, 기자의 바람을 모두 충족할 만한 시장 후보감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한두개 정도는 욕심내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지금 형편이 좀 어려울지언정, 대구는 잠재력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다. 이 멋진 도시에 걸맞는 멋진 대구시장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노진실 사회1팀장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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