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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도시공원’ 이미지 쇄신…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이전 추진 갈등 심화

2025-09-04 20:50

국가도시공원 추진 속 대구시 이전 구상
사랑해 밥차 측 “복지 축소로 이어져선 안 돼”
두류공원은 노인 여가·돌봄 공백이 낳은 공원 사랑방
서울·해외는 대체 공간·복지 연계 함께 마련

평일 오후 사랑해 밥차가 열리는 두류공원 성당못인근에 노인들이 모여있다. <영남일보DB>

평일 오후 사랑해 밥차가 열리는 두류공원 '성당못'인근에 노인들이 모여있다. <영남일보DB>

최근 지자체 각종 문화·관광·도시재생 사업이 청년층과 'MZ세대' 유입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기존 지역사회를 떠받쳐 온 노인층은 정책 고려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두류공원 무료급식소 '사랑해 밥차' 이전 논란은 이런 고민이 집약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국가도시공원 지정과 공원 이미지 개선을 추진하는 행정 논리와 20년 넘게 취약한 어르신들의 식사와 교류를 뒷받침해 온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복지 현장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공공공간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넓게 보면 노인 인권 문제와도 결부될 수 있다.


전국 대부분 영하권의 날씨를 보인 지난해 겨울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전국 대부분 영하권의 날씨를 보인 지난해 겨울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이전 추진 갈등 심화


대구 두류공원 내 무료급식소인 '사랑해 밥차' 이전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운영 단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공원 밖으로 옮기려는 대구시와 기존 장소 존치를 바라는 <사>사랑해 밥차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류공원 일대를 전국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는 대구시는 공원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무료급식소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랑해 밥차 측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제공 차원에서 20년 넘게 이어온 무료급식소를 하루아침에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현재 두류공원 국가도시공원 지정(2027년 목표) 준비에 맞춰 내년부터 공원 내 무료급식소를 공원 밖에서 이동시켜 운영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받기 위해 공원 내 각종 관광·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무료급식소 운영일마다 노인들이 밀집하면서 파생되는 각종 무질서 행위를 줄여 공원 방문객들의 연령층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해보자는 의중도 깔려 있다.


현재 대구시는 무료급식소 부지로 활용 중인 성당못과 대구예술문화회관 인근에 지하 주차장(주차면수 1천면 규모) 및 도시숲 조성 계획을 세운 상태다. 공원 곳곳에 체험 시설과 산책로를 정비해, 시민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환경을 재정비하는 게 목표다.


김선혜 두류공원관리장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공원관리사무소에 접수되는 공원 내 불법 민원만 한 달에 수백 건이 넘는다. 특히 '사랑해 밥차' 운영일엔 2~3배 이상 늘어난다"며 "올 하반기 중 두류공원 인근 유휴 건물을 활용한 무료급식소 이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엔 구두 협의가 아닌 정식 공문을 보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다. 내년 초 전면 이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사랑해 밥차는 대구시의 이전 요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공원 이미지 개선만을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옮기라는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랑해 밥차 최영진 대표는 "20년 넘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하루 1천300명이 넘는 어르신과 노숙자들의 끼니를 책임져왔다. 무료급식소는 단순히 식사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외로운 이웃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적 고립을 막는 역할을 해 온 공간"이라며 "공원 위상을 높이는 미래 발전 계획도 좋지만, 이를 사회적 복지 제공 중단으로 연관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무료급식과 관련한 공원 점용 문서가 남아 있지 않고, 당시 당사자 간 협의로만 급식소 운영이 이뤄져 왔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각에선 당장 내년부터 무료급식소 운영이 전면 중단된다는 소식도 흘러나와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에 배식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에 배식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 두류공원은 노인 '사랑방' 역할도 겸해


사랑해 밥차 이전 문제가 민감한 이유는 이 공간이 단순한 무료급식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은 오래전부터 대구지역 고령층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공원을 찾는 어르신들 중 상당수에게 이곳은 밥을 먹는 장소이면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안부를 묻는 장소이기도 하다. 무료급식소 이전이 곧바로 노인 인권 문제와 연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대구는 2024년 4월에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로 진입했다. 당시 대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7만5천318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었다.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부산시(2021년 진입)에 이어 두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대구는 고령사회에 진입(2017년 12월·노인 인구 비율 14% 이상)한 지 6년 4개월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게 됐다. 하지만 고령친화도시 조성에 필요한 노인 여가·문화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통계와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대구지역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총 1천828곳으로 집계됐다. 노인복지관 21곳, 경로당 1천778곳, 노인교실 29곳이다. 65세 이상 노인 1천명당 노인시설은 2.7개소에 불과하다. 전남 14.3개소, 전북 11.8개소, 경북 9.1개소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고, 전국 평균(4.9개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 노인들 스스로도 이 같은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2024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1.7%는 '질 좋은 여가 프로그램 개발'을, 57.4%는 '여가시설 확충'을 요구했다. 이는 지역 노인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한 휴식처 몇 군데가 아니라, 오래 머물고 사람을 만나며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구조적 공간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류공원에서 만난 이승재(74·남구 대명동)씨는 "동네 인근 복지관에도 원하는 문화·운동 강좌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자리가 없어 대기 명단만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노인들을 반기는 곳을 찾기 어렵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도 오래 머무르기 힘들어 온종일 밖을 돌아다니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서 사랑해 밥차는 단순한 배식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인 여가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 서로 소통하는 '일상의 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무료급식소 이전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노인 여가·돌봄 수요가 '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에 집중돼 나타난 결과로 본다.


계명대 정미진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대구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노령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관련 시설 수와 프로그램은 실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시설 확충과 함께 프로그램 다양화, 질적 개선, 지역별 접근성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세심한 설계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류공원과 무료 급식소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 이런 인프라 부족 속에서 공원이 사실상 노인 여가와 돌봄 수요를 떠안아 온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한 급식소를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공원이 맡아 온 식사·휴식·교류 기능을 지역사회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탑골공원과 미국 마이애미시 사례를 통해 공공장소 무료급식과 노인 이동권 문제의 해법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그래픽=생성형 AI>

서울 탑골공원과 미국 마이애미시 사례를 통해 공공장소 무료급식과 노인 이동권 문제의 해법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그래픽=생성형 AI>

◆ 배제보다는 '인정'과 '관리'…타 지역·해외 해법은


타 지역 사례를 보면, 노인 밀집 공간이나 공공장소 급식 문제를 단순 퇴출로 풀기보다는 관리와 대안을 함께 내놓는 방식이 적지 않다. 서울 탑골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 7월 31일부터 경찰과 함께 탑골공원 내 바둑·장기 등 오락행위와 흡연, 음주가무, 상거래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같은 해 8월에는 장기판과 의자 정리 작업도 병행했다.


다만 종로구는 단속만 앞세운 것은 아니었다. 탑골공원 북문 앞 복지정보센터를 통해 무료급식 이용과 복지관 프로그램, 복지 서비스를 같이 안내했다.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 분관의 경우, 장기·바둑실과 휴게공간으로 이용하도록 연결하는 보완책도 함께 내놨다. 무질서한 환경은 정비하되, 어르신들이 머물고 이동할 대체 공간도 별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종로구청 류연숙 과장은 "탑골공원 정비는 어르신들을 내보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공원 질서를 회복하면서도 어르신들이 계속 머물고 활동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며 "중요한 것은 단속 자체가 아니라, 공원 기능 회복과 어르신 복지·여가 지원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해외 도시들도 공공장소 급식을 도시 미관과 충돌하는 행위로만 보지 않는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의 경우 공식 안내문을 통해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급식을 하려면 지정된 장소와 시간대에서 사전 고지와 허가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마이애미시는 이를 통해 공공장소 급식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현장에서는 다른 홈리스 서비스 제공자들도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무료급식을 방치하거나 없애는 대신, 행정이 관리와 연계를 제도화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대구 두류공원 사례 역시 무료급식 기능 자체를 일률적으로 밀어내기보다 운영 기준과 대체 공간, 복지 연계 방안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원 내 무료급식 기능을 체계화해야 할 시점에 국가도시공원 사업을 명분으로 취약한 노인을 공간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두류공원이 사실상의 지역 노인 생활 거점 역할을 해온 만큼, 이제 와서 이를 해체할 것이 아니라 대구시가 공적 관리가 가능한 지원 체계 안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고 했다.


영남대 정용교 교수(사회학과)는 "두류공원과 사랑해 밥차는 지난 20년간 단순한 급식 공간을 넘어 취약한 노인들의 식사와 교류, 인적 네트워크망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런 기능을 이제 와서 국가도시공원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이를 없애거나 흩트리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책임지는 체계 안에서 더 질서 있게 운영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질서 행위는 관리하되 무료급식과 휴식, 상담, 복지 연계 기능은 유지·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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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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