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국가산단·문무대왕과학연구소·포스코 협력… 전주기 원자력 생태계 완성
미래차 특화벨리·e-모빌리티 클러스터 본격화… 건천 경제자유구역 신산업 허브 부상
POST APEC 시대 글로벌 협력 강화… 경주시, 혁신산업 중심도시로 도약

경주 SMR 국가산단은 문무대왕면 일원 113만5천㎡ 부지에 2028년 착공,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을 맡았다. 산단은 i-SMR 제조와 소재·부품·장비 집적, 글로벌 수출형 공급망 구축을 담당한다. 사진은 SMR 국가산단 조감도. 경주시 제공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산하기관으로 핵심 연구시설과 연구기반시설, 연구지원시설 등 총 18개 시설이 들어서며 소형모듈 원자로(SMR)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은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경주시 제공

양성자가속기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1단계 업그레이드를 추진해 성능을 100MeV에서 200MeV로 끌어올리고, 2032년부터 2044년까지 1.5조 원 규모의 2단계 확장을 통해 1GeV급까지 확대된다. 사진은 경주시 건천읍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의 100 MeV 양성자가속기. 양성자과학연구단 제공

경주시는 지난 8월 1일 서울 포스코센터 회의실에서 경북도, 포스코홀딩스와 에스엠알(SMR) 1호기 경주 유치와 원전전력의 활용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개 기관은 SMR) 국내실증 1호기 경주 유치, SMR 국가산업단지 투자, 수소환원제철 실현을 위한 원전 전력의 공급방안 마련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경주시 제공
경주시가 차세대 에너지와 미래 모빌리티라는 두 축을 결합해 글로벌 혁신 산업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단순히 원전 입지 도시라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운영, 해체, 폐기물 관리, 인력 양성, 글로벌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원자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미래차 특화벨리와 e-모빌리티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산업의 신성장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주시는 국내외 굴지의 기업, 연구기관과 협력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혁신원자력(SMR) 국가산업단지,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양성자 가속기 업그레이드 등 원자력 분야 전주기 생태계에 더해, 포스코와의 협력, SMR 제작지원센터 유치, 그리고 미래차 산업 육성을 통해 '차세대 원전과 미래차 양축 산업도시'라는 새로운 좌표를 그리고 있다.
경주 SMR 국가산단은 문무대왕면 일원 113만5천㎡ 부지에 총사업비 3천966억 원을 투입해 2028년 착공,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산단은 혁신형 i-SMR 제조, 소재·부품·장비 집적,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시는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체,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및 한국방사능분석협회 회원사 등 670개 기업에 입주 제안 서한을 발송하고 서울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수도권 기업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투자 환경과 비전을 적극 알렸다.
감포읍 일원에 조성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6천315억원, 2026년 1월 준공 목표)는 차세대 원자로 연구개발의 중심지이며, 양남면에 건설되는 중수로해체기술원(723억원, 2026년 목표)은 해체 기술 국산화를 추진한다. 2028년까지 감포읍에 조성되는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450억원)는 16개 대학과 연계해 학·석·박사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한수원 본사와 월성원자력본부,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함께 운영에서부터 폐기물 관리까지 완결된 전주기 체계를 완성한다. 여기에 양성자 가속기 업그레이드가 더해져 반도체·항공우주·원전 부품의 방사선 신뢰성 시험을 국내에서 가능하게 한다. 양성자 가속기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200MeV 업그레이드, 이어 2044년까지 1GeV 확장이 추진되면서 경주는 빅사이언스와 산업을 잇는 허브로 도약한다.
경주시의 또 다른 강점은 국내외 대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다. 지난달 1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 본사에서 경주시는 경북도,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SMR 국가산단 및 전력활용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저탄소 철강 설비 체제 완성과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이렉스(HyREX)'라는 수소환원제철 신공법을 개발 중인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200만 톤의 청정수소 생산을 뒷받침할 대규모 전력원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경주가 추진하는 혁신형 i-SMR을 그 대안으로 보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약의 첫 단계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될 SMR 1호기를 경주에 유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무대왕면에 조성될 SMR 국가산단 내 기업 입주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다.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경주의 SMR 관련 사업들은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총사업비 32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센터는 SMR 국가산단 내 1만6천500㎡ 부지에 5년간 구축된다. 하이브리드 3D프린팅, 금속 3D프린팅 소재제조장비 등 10여 종의 첨단 장비를 갖춰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제작 역량을 높이고 시제품 생산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애로기술 지원을 담당한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경주시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SMR 국가산단을 통한 생산유발효과는 조성 단계에서 7천3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천41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5천399명으로 나타났다. 가동 단계에서는 생산유발효과가 6조7천357억원, 취업유발효과는 2만2천779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주시의 또 다른 축은 미래차 산업이다. 최근 3년 사이 미래차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 탄소소재 리사이클링센터,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실증 허브가 구축됐고 오는 2030년까지 미래차 부품 특화벨리와 편의·안전부품 고도화센터가 조성된다. 현대모비스, 다스, DSC, 영신정공 등 기존 자동차 부품 기업들과 연계해 자율주행·전장·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된다. 특히 배터리 공유스테이션은 원자력 전력과 결합할 경우 에너지–모빌리티 융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또 건천 경제자유구역(126만 평, 2028년 목표)은 원자력, 가속기, 미래차 산업을 하나로 묶는 신산업 클러스터로서 입주 기업에게 원스톱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부터 경주 명계3일반산업단지에 영남권 최대 규모의 A/S 부품 물류센터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152개 차종, 17만5천여 개 품목의 부품을 관리하며 하루 평균 1만4천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는 이 물류센터는 경주가 '미래차 부품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시설이 되고 있다.
국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달 24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APEC 비즈니스 파트너십'에는 국내외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수출상담회와 계약 체결, 블레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어 10월 16일 'APEC 회원국 경북투자포럼'에는 외투기업과 관계자 200여 명이 초청돼 SMR 국가산단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 주요 산업 현장이 소개된다. APEC 정상회의와 맞물려 경주가 국제적 투자 무대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제공
[인터뷰]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는 더 이상 발전소 도시가 아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국가산단과 미래차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해 "원자력과 미래차 두 축이 경주의 새로운 천년을 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먼저 포스코홀딩스와 맺은 'SMR 국가산단 및 전력활용 협력 업무협약'에 주목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신공법 하이렉스(HyREX)를 추진하면서 대규모 청정전력이 필요해지자 경주의 혁신형 i-SMR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주 시장은 "SMR 1호기를 경주에 유치하고 산단 내 투자를 이끌어내면 경주는 원자력과 철강, 두 산업 혁신의 동반자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공모에 선정된 'SMR 제작지원센터' 유치 성과도 언급했다. 주 시장은 "제작지원센터는 원자력 기업의 기술력 강화와 인재 양성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차 산업에 대한 비전으로 "현대모비스, 다스, DSC, 영신정공 등 기존 부품 기업과 더불어 미래차 특화벨리,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편의·안전부품 고도화센터를 중심으로 경주가 e-모빌리티 산업의 혁신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시장은 APEC 정상회의와 국제 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와의 네트워크를 넓히고 미국 미시간주와 같은 자동차 산업 거점과도 협력해 경주를 국제 산업협력의 중심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 시장은 "경주는 이제 단순한 발전소 도시가 아니다"라면서 "원자력과 미래차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세계와 경쟁하는 혁신 도시로 변하고 있으며 경주의 새로운 천년은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