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흐르는 밤…매년 더 웅장해지는 100대 피아노의 선율

'달성 100대 피아노'는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를 보여주는 공연이다. 100대의 피아노로 채운 무대부터, 100인의 피아니스트들이 선사하는 연주에 이르기까지 이 악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를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 장면.
한국 피아노 역사의 시작점 사문진
어떤 악기와도 어울리는 융합의 아이콘
시대·장르 아우르는 작곡가·작품
예술감독과 파트 리더 앙상블 무대
에너지 넘치는 매력적인 연주 마련
다양한 문화 확장…새로운 감동 선사
달성군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악기'로 대표되는 도시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인 1900년 어느 날 이곳에 도착한 한 악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텀 부부가 이곳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들여온 이 악기는 이후 우리나라 음악사뿐만 아니라, 근대사에 있어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 악기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피아노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 이곳 달성군인 셈이다.
단순히 역사 때문만은 아니다. 피아노가 이곳을 대표하는 악기로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이곳에서 매년 펼쳐지는 독특한 공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규모 피아노 공연이자, 그 자체로 화제를 모으는 공연이다. 그것도 한 세기 전 피아노가 도착했던 그 장소에서, 매년 2만여 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불러들이면서 말이다.
달성군이 우리나라 피아노 역사의 출발점을 넘어, 피아노로 대표되는 도시로까지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매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노 공연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연이 바로, 이제는 달성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연이 된 '달성 100대 피아노'다.

한 세기 전 피아노가 도착했던 곳에서 열리는 '달성 100대 피아노'는 매년 2만여 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불러들이며 달성군을 우리나라 피아노 역사의 출발점을 넘어, 피아노로 대표되는 도시로까지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를 보여주는 공연
2012년부터 시작된 이 공연은 한마디로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를 보여주는 공연이다. 이름 그대로 100대의 피아노로 가득 채운 무대부터 그렇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 장관은 피아노 특유의 거대한 구조를 저절로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100인의 피아니스트들이 물결치듯 선사하는 연주는 피아노 연주의 역동성과 함께 이 악기가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무대 뒤에 펼쳐진 풍경도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를 보여준다. 이 공연이 펼쳐지는 사문진은 우리나라 피아노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인 동시에, 특히 일몰 맛집이라고도 불릴 만큼 해질 무렵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낙동강이 흐르는 저녁 무렵의 풍경과 100대의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무대는 피아노 소리가 지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면모를 한층 더 부각시킨다.
또한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뉴에이지·대중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는 자연스레 피아노가 얼마나 다양한 음악과 어우러지는 악기인지를 보여준다. 독주부터 협연까지 다채로운 형태의 연주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이 공연은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피아노의 다양한 매력까지도 함께 보여주는 공연이다. 마치 한 세기 전 이곳에 도착한 피아노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였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키듯이 말이다.

2023년부터 3년째 이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는 그동안 '달성 100대 피아노'를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피아노 페스티벌'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피아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올해 공연
오는 9월27일 오후 7시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올해 '달성 100대 피아노'에서도 이런 피아노의 매력으로 가득한 무대가 펼쳐진다. 특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7일 당일 공연만 진행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다양한 무대와 함께 피아노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여전히 기획을 맡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2023년부터 벌써 3년째 이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그동안 달성 100대 피아노를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피아노 페스티벌'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에는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에 집중한 무대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피아노에 집중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피아노의 또 다른 매력이란 무엇일까. 그건 피아노가 지닌 특유의 확장성이다. 김정원 감독은 이에 대해 "피아노는 혼자서도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감정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어떤 악기와도 어우러지는 융합의 아이콘이다. 올해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통해 음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걸맞게 올해는 모차르트, 멘델스존,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은 물론이고 홀스트, 앙드레 가뇽 등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피아노와 어우러지는 재즈, 뉴에이지, 대중음악 등도 더했다. 말 그대로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피아노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젊은 피아니스트들부터 송영주·로이킴·신지아까지
출연진 역시 눈길을 끈다. 먼저 예술감독 김정원을 필두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김홍기, 서형민, 손정범이 각각 파트리더로 나서 96인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이 공연의 상징인 '100대 피아노'를 연주한다. 특히 올해는 젊은 연주자들 특유의 에너지와 팀워크가 연주를 더욱 힘차고 폭넓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함께 예술감독과 파트리더가 준비한 앙상블 무대도 마련된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가수 로이킴이 선보이는 무대도 마찬가지다. 피아노가 어떤 음악과도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다. 재즈와 대중음악,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하는 무대를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닌 확장성을 보다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특별한 협연도 만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의 무대다. 국내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김정원과의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피아노와 어우러지는 또 다른 악기, 바이올린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달성피아노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면. 지난해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 이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 연주에 한층 더 특별한 입체감을 선사한다.
아울러 올해 무대에도 30여 명으로 구성된 '달성피아노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지난해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 이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 연주에 한층 더 특별한 입체감을 선사한다. 올해는 현재 국내 음악계를 대표하는 젊은 지휘자인 김유원의 지휘로 더욱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공연의 특징에 대해 김정원 감독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재즈와 대중음악, 독주와 합주가 한 무대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했다. 그런 면에서 단일 공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축제적 구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마치 하나의 피아노 페스티벌처럼 커다란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런 지점은 이 공연이 단순히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피아노의 확장뿐만 아니라, 또 다른 확장까지도 꿈꾸고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

달성 100대 피아노는 공연의 역사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아 문체부의 '로컬 100'에 선정되는 한편, 야마하 뮤직 코리아로부터 후원을 받는 등 이제는 단순한 피아노 공연을 넘어, 더 큰 문화적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또 지역 예술계와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점점 더 거대한 연주를 펼치는 100대 피아노
실제로 달성 100대 피아노는 그 역사성과 공연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2023년 문체부가 주관하는 '지역문화예술 100선(로컬 100)'에 선정되며 이제는 지역뿐 아니라,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 독보적인 피아노 축제로 인정받으며 유명 악기업체인 야마하 뮤직 코리아로부터 후원도 받고 있다. 단순한 피아노 공연을 넘어, 이제는 더 큰 문화적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역 예술계와도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공연의 상징인 100인의 피아니스트를 모집하기 위해 대구음악협회와 협력을 이어가는 한편, 공연을 위해 마련된 달성피아노페스티벌오케스트라 역시 지역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 100대의 피아노 조율은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대구지부와 협력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이 공연의 목적이 또한 단순히 외형적인 확장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연을 주관하는 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바로 관객들이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이 피아노라는 악기처럼 더 많은 분들에게 폭넓게 확장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에서 매년 새로운 모습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달성 100대 피아노는 이런 점에서 그 자체로 피아노를 닮은 공연이기도 하다. 하나의 건반이 깊고 커다란 공명을 울리듯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점점 더 넓은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와 같은 행보가 비단 이 공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공연이 펼쳐지는 달성군 역시 갈수록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와 함께 울려 퍼지는 공연인 셈이다. 달성 100대 피아노는 이렇듯 점점 더 거대한 연주를 펼치고 있다. 매년 이곳에 퍼지는 100대의 피아노 소리가 갈수록 더 크고 웅장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달성문화재단 제공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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