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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자동차세 체납 차량 상당수는 원룸촌에 있었다

2025-09-17 19:33

<1> 대구 수성구청 ‘38기동팀’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과태료 미납 차량에 대한 번호판 영치 집행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과태료 미납 차량에 대한 번호판 영치 집행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삶의 현장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새 트렌드를 좇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반드시 필요함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 하는 일자리도 적잖다. 이에 영남일보는 '직업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면서 현장의 숨소리를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1호 직업 체험보고서는 대구 수성구청 '38기동팀'과 함께 일하며 완성됐다.


◆헌법 38조를 집행하는 사람들


대구 수성구청 '38기동팀'은 헌법 제38조 '납세의 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자동차세 체납자의 번호판을 떼는 게 주업무다. 기자는 지난 10·16일 이틀간 38기동팀 일원으로 활동했다. 사실 비싼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고액 체납자를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38기동팀이 주로 찾는 곳은 원룸촌이나 오래된 주택가다. 생활고 탓에 세금을 내지 못한 이들의 차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고배기량 대형차가 많다고 했다.


간단한 출동 준비를 마치고 곧장 현장에 투입됐다. 38기동팀이 타는 차량은 겉보기엔 평범하다. 하지만 내부는 온통 최첨단 장비로 무장돼 있다. 모니터엔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의 번호판이 실시간으로 스캔됐다. 체납 여부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여년 전 차량 위에 CCTV를 달고 다니던 것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특히 놀라웠던 건 바로 인식 속도다. 시속 60km로 달려도, 심지어 80km로 달려도 번호판 인식이 가능한 것. 팀원 말처럼 기술 자체는 크게 어려운 게 아니지만 체납 여부를 지방세와 매치해 주는 기술이 핵심이다.


체납 사실이 현장에서 확인된다고 해서 모든 번호판을 영치하는 건 아니다. 극심한 민원과 저항 탓에 업무 효율성을 감안한다. 체납 3건 이상, 1년6개월 이상 쌓인 상황일 때만 영치한다. 예전엔 번호판을 못 떼게 피스를 박아 놓거나 차량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출동 후 긴장감은 계속 이어졌다. 체납 차량 알림이 뜨면 곧바로 현장에 정차해 번호판 영치를 준비한다. 번호판을 떼던 팀원들은 "이게 한편으론 누군가의 발을 묶어버리는 일이다. 생업과 연결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체납 2건이 적발됐지만 번호판 영치는 하지 않았다. 납부 안내문을 차량에 부착하려던 순간 해당 차주를 마주쳤다. 첫마디는 "차 뺄게요"였다. 불법주차 단속이 아니라는 말에 안도한 차주에게 체납 사실을 고지하자 "미안하다. 금방 내겠다"고 겸연쩍어 했다.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과태료 체납 차량을 조회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과태료 체납 차량을 조회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법 집행'과 '인간적 고민' 사이


38기동팀 업무는 세금을 거두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납세 의식이 부족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계도하는 역할도 한다. 현장에서 바로 전화나 문자로 납부를 독려하고, 번호판 영치 안내문을 붙여 납부를 유도한다.


영치된 번호판을 장기간 찾아가지 않을 경우, 차량은 결국 공매로 넘어간다. 세금 회수 후 잔여 금액이 체납자에게 돌아간다. 팀원들은 폐차할 만큼 낡은 차량의 경우, 소유자가 직접 '차량 초과 말소 제도'를 이용해 세금납부 의무를 끝내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압류가 걸려 있어도 12년 이상 된 차량은 소유주가 직접 폐차 말소할 수 있는 제도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이 제도는 세금 체납에 따른 악순환을 끊고 납세자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38기동팀은 법 집행과 함께 시민 상황을 고려한 행정을 펼치고 있었다. 체납자에 대한 일방적 강제 징수보다는 소통을 통해 납부를 유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세금 체납이 중범죄는 아니지만, 차량 없이는 생업이 어려운 분들에겐 번호판 영치가 발을 묶는 것과 같다"는 38기동팀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일하는지도 새삼 실감했다. 법 집행과 개인 사정을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하는 38기동팀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미묘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생각보다 인간미가 많이 느껴졌다.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자동차세 미납 차량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수성구청 38기동팀이 자동차세 미납 차량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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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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