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매력 부족에다 코레일 지분 구조가 걸림돌
연계 교통 인프라 지연 땐 민간 참여 더 위축될 우려
대구시, 코레일과 투자 유치-국토부 컨설팅 활용 계획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역사 남측 출구로 나오자, 텅 빈 아스팔트 주차장과 거친 잡풀이 섞인 공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역세권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된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자리다. 고속열차가 멈출 때마다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역 주변은 이들을 수용할 상업 시설 하나 없이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당초 대구시가 공언했던 '올해 착공' 계획이 무산되면서, 서대구권 대개조의 상징인 이 부지는 다시 1년 넘게 빈터로 남게 됐다.
18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대구시는 최근 경기 침체와 민간 투자 유치 지연을 반영해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의 로드맵을 재조정했다. 새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내년 중 민간 투자자를 확보하고 실시계획 승인·고시를 거쳐, 이르면 2026년 연말에야 첫 삽을 뜰 전망이다. 2023년 지정 고시 당시 세웠던 일정보다 최소 1년 이상 뒷걸음질 친 셈이다. 완공 목표는 여전히 2030년을 가리키고 있지만, 착공 지연에 따른 도미노식 일정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5천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8만㎡, 지하 5층~지상 6층 규모의 초현대식 복합 거점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현재 대구 전역에 흩어진 북부·서부정류장과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한데 모으고, 도심공항터미널을 신설해 대구경북신공항 및 달빛철도와 연결하는 '교통 허브'를 지향한다. 여기에 업무·상업·주거 기능까지 더해 낙후된 서대구 산단 주변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역에서 만난 이용객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피로감이 컸다. 인근 비산동에서 15년째 거주하며 매주 타지로 출장을 간다는 자영업자 박 모 씨(51)는 "역이 생기면 주변에 가게도 들어오고 버스 타기도 편해진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몇 년째 주차장 말곤 변한 게 없다"며 "버스터미널이 통합된다는 소식만 무성할 뿐 정작 복합환승센터 공사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 역사 주변은 편의점과 작은 카페 정도를 제외하면 이용객이 머물 만한 공간이 전무한 실정이다.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요인은 '민간 자본'의 외면이다. 과거 이케아 등 국내외 대형 유통사가 대구 입점을 타진하며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기도 했으나, 결국 투자 확약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령상 수익률이 10% 안팎으로 엄격히 제한된 구조다. 막대한 초기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민간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에 비해 돌아오는 기대 수익이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토지 소유 구조의 복잡함도 난제로 꼽힌다. 전체 사업 부지의 약 70%를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어,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민간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대구경북신공항이나 달빛철도 같은 연계 교통망 사업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서,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건설사와 금융권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행정적인 시간표도 대구시를 압박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내년 7월까지 민간 투자자를 확보해 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면, 기존에 밟아온 행정 절차가 실효된다. 이 경우 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며, 2030년 완공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구시가 코레일과 손을 잡고 공동 투자 유치에 나서는 한편, 국토교통부의 '복합환승센터 혁신 모델 컨설팅'에 참여해 수익성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시 교통담당 직원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기업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해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면서도 "코레일과의 긴밀한 협력과 정부 컨설팅을 통해 용적률 상향이나 수익 모델 다변화 등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내년 중에는 반드시 사업자를 지정하고 착공까지 이뤄내겠다"고 전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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