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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관세 폭탄 vs 3천500억달러 청구서

2025-09-21 17:36
이동현기자 <산업팀>

이동현기자 <산업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에 공장을 짓던 우리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추방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25%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면 3천500억달러(한화 약 487조원)라는 천문학적인 투자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미국의 압박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칼날이 우리 턱밑까지 겨눈 지금, 정부와 기업은 '투자냐', '관세냐'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서 고뇌에 빠졌다.


3천500억달러는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다. 이 막대한 자금을 울며겨자먹기로 미국에 쏟아부을 경우,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양질의 일자리는 바다 건너에 만들어지게 된다. 투자를 단행한다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80% 이상을 쏟아붓고 환율이 2천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덜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 번 열린 지갑은 더 큰 요구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차라리 관세를 내고 그 충격을 우리 기업과 노동자가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철강 등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고된 위협이다. 정부가 관세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직접 보전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선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피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금융 지원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 동시에 아세안, 유럽 등 대체 시장 개척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들도 현대차그룹을 따라 인도나 유럽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국의 관세 장벽이 쉽게 넘보지 못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데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당한 압박에는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과 자국 기업의 미래를 담보로 한 '굴욕의 방정식'을 푸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단호한 협상과 함께 관세 충격을 이겨낼 '플랜 B'를 가동할 때다. 지금의 위기는 한국 경제가 가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시험대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경제 주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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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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