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치원 인증률 16.6% 그쳐…특수학교 67.7%·초교 60.2%와 큰 격차
대구·경북은 각 10.8%로 평균 밑돌아…“보수비용·복잡한 행정절차 걸림돌”
23일 자원활동가가 대구의 한 유치원에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이현덕기자
23일 대구 중구의 한 사립 유치원 입구. 빛바랜 노란색 통학 버스가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아이들이 가파른 석축 계단을 따라 교실로 향한다. 하지만 30년 넘은 이 유치원 건물 외벽 곳곳에는 실금 같은 균열이 있다. 교실 창틀은 최신 단열 규격에 미치지 못하는 알루미늄 섀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학부모 김태강(38)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시설이 낡아 늘 마음이 쓰인다"며 "안전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관련 안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매일 머무는 유치원의 안전 검증 체계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8월 기준 교육시설 안전인증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유치원의 인증 완료 비율은 16.6%에 그쳤다. 이는 특수학교(67.7%)나 초등학교(60.2%) 등 다른 교육기관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특히 지역별 격차는 대구와 경북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두 지역의 유치원 안전인증률은 각각 10.8%로, 전국 평균(16.6%)을 크게 밑돌았다. 전국에서 인증률이 가장 높은 세종시(61.4%)와 비교하면 약 6배 차이다. 신도시 위주로 설계되어 최신 안전 기준이 적용된 세종과 달리, 대구와 경북은 도심 내 노후 유치원이 밀집해 있어 인증 통과를 위한 시설 개선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교육시설법'에는 연면적 100㎡ 이상 유치원이 5년마다 안전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소방·전기 시설 보수 비용과 복잡한 행정 절차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 사립 유치원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안전 인증을 받으려면 노후된 실내 마감재부터 화재 감지기까지 전부 교체해야 하는데, 영세한 원에서는 수천만 원의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 "사고 취약 계층인 유아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인증률이 가장 낮다는 점은 심각한 직무유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사고는 발생 전 예방이 핵심인 만큼, 교육당국은 시설 보수비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 인증률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익명을 전제로 "안전 인증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며 "수십 년 된 노후 건물을 최신 안전 기준에 맞추려면 전기·소방 시설부터 내진 보강까지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공사비가 발생한다. 국가의 실질적인 비용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영세한 사립 유치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현장의 경영난을 외면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축 건물이 많아 인증 통과가 수월한 세종시와 30년 이상 노후 유치원이 적잖은 대구, 경북과 직접 비교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도 나타냈다. 이 원장은 "시설 개선에 물리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역적 특수성과 노후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잣대로 직무유기를 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고 말했다.
5년마다 돌아오는 안전 인증 주기를 고려할 때, 현재의 대구경북 지역의 다소 저조한 인증률은 향후 더 큰 행정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별 시설 노후도 격차를 인정하고 유치원 실정에 맞는 유연한 인증 체계를 도입하는 등 민·관 협력체계 작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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