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대통령도 갈아치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집권 여당(與黨)인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며칠 전, 이전(以前) 대통령들도 쫓아내고 구속도 되고 탄핵도 시켰던 것처럼 대법원장도 탄핵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자신의 페이스북 글 중에 한 구절이다.
민주당은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정치권력을 동원해 탄핵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났다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근거도 없는 유튜브 얘기를 증거 삼아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민주당은 사상 유례없는 대법원장의 국회 청문회 계획서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그런데 정작 청문회 증인에는 비밀 회동설을 제기했던 유튜브 관계자는 제외했다. 정청래 당대표를 위시한 민주당 지도부도,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상상을 초월하는 헌정사에서 다시는 찾아보기 힘들 독단적인 전횡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회 상황은 의회민주주의의 전통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이렇듯 집요하게 사법부를 옥죄는 공세의 최종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닥칠지 모를 모든 사법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막아내겠다는 '대통령 지키기'라는 것을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검찰청 폐지를 목표로 한 검찰개혁도, 대법관 26명 증원도, 형사소송법상 배임죄 폐지 주장도 그 어느 것 하나 목적과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뿐이다. 국민의 동의는 차치하더라도 야당(野黨)과의 기본적인 협의도 거치지 않은 이러한 무리한 조치를 강행하는 민주당은 지금 '헌정사상 초유'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달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이번 정부 조직 개편 역시 과연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면밀한 검토와 준비를 거친 조치들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이재명 정부 5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이 직결된 사안이다. 집권 여당이라고 해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쟁 법안이 아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일단 한번 시행해 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 다시 고치거나 할 수 있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예견된 부실과 졸속을 넋 놓고 지켜봐야만 하는 작금의 정국(政局)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정 체제하에서 헌법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장에 불러 세우려 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은 지금껏 관행적으로 채택되었던 국정감사 증인에서 제외하려는 모순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민주 헌정질서 아래에서 굳건히 유지되어 온 정치 본연의 원칙과 전통을 무시하는 행태일 뿐만 아니라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결국 국민 앞에 스스로 권력의 편향성을 자백하는 것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으로 영구적인 장기집권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삼권분립 체제를 무시하고 입법, 사법, 행정권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집권 세력으로서 헌정질서를 지키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막중한 의무를 부여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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