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호 본부장을 비롯한 한전 대구본부 APEC 전력확보 추진위원단이 경주 APEC 정상회의 3무(無) 전력확보 다짐대회를 갖고 있다. <한전 대구본부 제공>
경주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가 전력 공급 안전망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국제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 특성상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정전도 허용되지 않는 만큼 전력망 구조 자체를 다중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전 대구본부는 지난해 8월 'APEC 전력확보 추진위원단'을 꾸렸다. 행사까지 약 15개월이 남았지만 정상회의 기간 동안 회의장과 숙소, 보안시설 등에 전력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해 전담 조직을 조기에 출범시켰다. 준비 과정에는 약 100억원이 투입됐다.
가장 큰 변화는 주요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공급선로 확충이다. 전력은 변전소에서 공급선로를 통해 각 시설로 전달되는데, 특정 선로에 부하가 몰리면 과부하로 차단기가 작동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주공급선로 외에 추가 선로를 인출해 전력을 분산시키고 계통보강 공사를 통해 설비 용량을 키웠다. 1년에 걸쳐 진행된 전력망 확충 공사는 지난 9월 마무리됐다.
설비 점검도 전 구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배전선로, 지상개폐기뿐 아니라 행사장 인근 주요 고객 설비까지 포함해 총 8천여 개소를 진단했다. 접근이 어려운 철탑과 고압 설비는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으로 촬영해 균열이나 손상 여부를 확인했다. 케이블 내부 절연 상태는 초저주파(VLF) 시험 장비로 전기적 스트레스를 가해 이상 여부를 점검했고 부분방전(PD) 진단 장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절연 열화 신호를 분석했다. 이는 케이블 내부에서 미세한 방전이 발생하는지를 감지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접속부 과열 여부를 확인했다. 전력 설비는 접촉 불량이 발생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데, 이를 적외선 영상으로 포착해 조기에 보수했다. 노후 설비는 교체했고, 행사장 주변 지상기기는 외관 정비도 병행했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주요 회의장에는 4중 전원 체계가 적용된다. 주공급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예비공급선로로 전환되고 두 선로 모두 차단될 경우에는 무정전전원장치(UPS)가 즉시 전력을 공급한다. UPS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통해 전원 공백 없이 수 초에서 수 분간 전력을 유지하는 장치다. 이후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장시간 전력 공급을 이어가는 구조다. 선로 단절이나 설비 사고, 외부 충격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행사 기간에는 24시간 종합상황실이 운영된다. 경주와 본사에 설치되는 상황실에서는 행사장 전력 공급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GPS 기반으로 현장 점검·복구 인력의 위치를 관제한다. 재난안전통신망(PS-LTE)을 활용한 영상 보고 체계도 구축해 현장 상황을 동시에 공유한다. 별도 특별기동대도 편성해 순시와 긴급 복구를 담당하도록 했다.
황상호 한전 대구본부장은 "행사 개막 전까지 반복 점검과 모의 대응 훈련을 이어가겠다. 정상회의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전력 설비의 이상 징후를 추가 확인하고 비상 상황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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