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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이진숙 사용 설명서

2025-10-20 06:00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때 대구시장에 도전했지만 지지율이 낮아 국민의힘 후보 경선 때 컷오프됐다. 그런데 지난 15일 발표된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26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중 지지율 1위(21.2%)를 차지했다.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대구에서 이 전 위원장의 인기가 급상승했을까. 필자는 대구의 보수적 정서와 민주당을 향한 이 전 위원장의 강성 투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진영간 대립이 치열해지면서 보수진영은 진보진영과 잘 싸우는 인사를 좋아한다. 대구는 보수층이 다른 지역보다 두터우니, 민주당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사람이 인기를 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이 전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과 민주당 정부를 어느 누구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던 논객이 진중권 교수였다. 당시 많은 대구시민들은 진 교수의 조국사태 비판에 속시원해 하면서 그를 좋아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에 기죽지 않고 더 강하게 반격하는 모습에도 대구 보수층은 열광했다.


이 전 위원장의 인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작년 7월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당당하게 맞서면서 이 전 위원장은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갖게 됐다. 올해 추석 연휴 때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나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탄압받는'이란 수식어가 더해졌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위원장 본인은 대구시장 출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지율 1위가 나온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싸우는 모습을 통해 높은 식별성을 확보했고, 이는 그를 대구시장 1순위 후보로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전투적이고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 전 위원장의 쓰임새는 비판과 심판이 필요한 정치의 영역에 적합하다. 무대는 국회여야 효과적이다.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정권의 문제를 공론화하며 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그의 강점과 어울린다.


하지만 대구시장은 전투력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한 혜안·행정력·협상력과 같은 다른 역량이 필요한 자리다. 대구시장은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수장일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협력해 사업과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한다. 지금 대구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전국 최악의 부동산경기 타개 등 중앙정부와 협력해 풀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대구시장직은 이 전 위원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 전 위원장의 대구시장 도전은 본인에게도 리스크가 크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경선을 통해 가려지는데, 경선은 여론조사뿐 아니라 당원투표까지 합산한다. 이 전 위원장이 대구에서 초·중·고·대학을 나왔지만 지역당원 기반은 약한 게 사실이다. 경선에서 패할 경우, 이 전 위원장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다. 보수 진영의 소중한 전사에게 상처만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 전 위원장은 대구와 국민의힘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 전 위원장을 대구시장 후보로 내세우기보다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로 보내는 게 대구와 보수진영의 실리를 지키는 길이다. 최근 들어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대구시민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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