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은 이번 APEC 기간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 오찬 자리에서 "이번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회동 불발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러다 '깜짝 회동'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회동이 성사되든 아니든 우리가 주목하는 게 있다. 그동안 초강력 러브콜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다. 우리의 기존 노선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두고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으로 규정했다. 벌써 세 번째다. 김정은이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처럼 내세운 것을 되풀이 언급한 의도가 혼란스럽다. 오랫동안 견지해온 '북 비핵화'라는 한·미 입장과도 상치된다. 북핵을 인정할 경우 기존의 비핵화 노선 대신 핵동결이나 핵군축으로 안보전략의 대 수정이 불가피하다. 양국이 "비핵화 목표에 흔들림이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고는 있지만, 호소력과 신뢰성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대북 제재 완화'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사실상 '북 비핵화' 압박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비핵화 협상 포기' '핵 보유국 인정' '대북 제재 완화' 등 3종 선물 세트 어느 것 하나 우리의 대북 노선과 일치하는 게 없다. '노벨 평화상'을 위해 이렇게 까지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의 입장을 배제하는 건 곤란하다. 추후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우리 모르게 모종의 빅딜이 진행된다면 그건 끔찍한 사태다. 양국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의 국익과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를 반드시 관철해야 함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페이스메이커' 없는 '피스메이커'의 나홀로 질주는 위험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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